GPT 퀘스트 : 이야기를 담은 물건 찾기

무기력 탈출, chat GPT에게 퀘스트를 받다!

by 일칠삼공
이 글은 일상의 나태함과 무기력 해소의 목적으로, chat GPT에게 퀘스트를 받고 그 과정을 글로 남기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모든 사물에는 이야기가 있다. 잠깐 눈을 감고 집에 있는 물건을 떠올려보자.


지금 나는 침실에 있다. 눈앞에는 연필꽂이에 꽂힌 연필과 테이블 위에 놓인 브리타 물통, 서로 다른 브랜드의 립밤 2개가 보인다. 아이보리색 차렵이불도 있다.


그 모든 물건에는 물건을 샀을 때의 기억과 물건을 산 이유와 사용하며 남은 추억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오래 사용한 물건에는 힘이 있다. 차마 그 물건을 버리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힘이.


그래서 우리 조상은 오래된 물건에 혼이 깃든다고 믿지 않았을까?



열 번째 퀘스트 : "이야기를 담은 물건 찾기"


① 목표: 집 안이나 주변에서 이야기가 담겨 있을 법한 물건 하나를 찾아보세요. 예: 오래된 책, 특별한 날에 산 소품, 추억이 담긴 사진 등.


② 조건: 물건을 고르며 그 물건에 얽힌 기억이나 상상 속 이야기를 떠올려보세요. 물건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혹은 현재 시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고민해 보세요.


③ 기록하기: 선택한 물건과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2,000자 이상의 글로 기록하세요. 과거의 기억뿐 아니라 지금의 시점에서 그 물건이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도 적어보세요.


이 퀘스트는 일상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할 수 있는 도전입니다. 이번에는 어떨까요?



GPT에게 퀘스트를 받자마자 생각했다. 어떤 이야기가 담긴 물건을 선택해야 할까?


다시 집 안을 둘러보며 눈에 보이는 물건에 관해 생각했다. 책장에 꽂힌 책과 장식품, 필기구, 영양제, 식물까지. 도처에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그중 가장 마음 가는 물건을 골랐다. 가장 마음 가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KakaoTalk_20250108_204452438.jpg 턱을 괴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들어서 샀다. 어쩌면 생김새가 비슷한 것도 한 몫했을지도?


사진 속 조각상은 아프리카에서 왔다. 집에 있는 물건 중 가장 먼 땅에서 찾아온 물건이지 싶다. 키우는 식물의 잎이 마를 때마다 조각상 근처에 뒀다. 고민하는 팔목에 끼워주기도 했다.


생명을 다한 잎은 과묵한 조각상 곁에서 서서히 말라갔다. 죽어가는 잎을 배웅하듯 조각상은 먼 곳에 시선을 둔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생각에 잠긴 얼굴이 세상 너머를 응시하듯 바라본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어 구매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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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조각상을 마주한 곳은 제주였다.


나는 제주를 참으로 좋아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가장 먼저 머리에 스치는 여행지에는 늘 제주가 있다. 설레는 여행을 생각하면 아이슬란드, 쿠바와 같은 해외 여행지를 떠올린다.


쉼이 필요한 여행을 생각하면 제주를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제주 동쪽 지역을 제일 좋아한다. 김녕부터 시작해서 월정리, 평대리, 하도리, 종달리로 이어지는 동쪽 해안가의 허리 구간을 참으로 좋아한다. 인적이 드문 고즈넉한 매력에 빠졌을 수도 있다. 혹은 아는 것만 믿으려는 편협함 때문에 동쪽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아는 길이 그 길뿐이었는지도 모른다.


KakaoTalk_20250108_205324334_04.jpg 글을 마무리했고, 적당히 술기운도 오르고, 날은 더없이 좋고, 오래도록 참아왔던 담배를 입에 물었고. 너무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담배의 유혹을 견디는 일은 쉽지 않다.


여느 날처럼 구좌읍 월정리(제주 동북쪽에 위치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에 숙소를 잡고 바다를 보며 글을 쓴 적이 있다. 지인에게 희곡을 부탁받았다. 때마침 제주를 배경으로 쓰는 글이 있었다.


소설로 시작한 글이지만, 희곡으로 바꿔도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희곡을 써본 적 없었기에 설레는 마음이 컸다. 우도에 위치한 독립서점에 들러 참고할 만한 희곡을 한 편 사서 읽었다.


아침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쓰고, 점심을 먹고 다른 카페로 이동해서 글을 쓰고, 저녁 겸 술을 먹으며 글을 썼다.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퇴사와 이직을 사이에 둔 온전한 휴식이었기에 행복은 더없이 컸다.


그때 자주 들르던 월정리의 카페가 있다. '바람'이라는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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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바람'에는 야외 평상이 있다. 날 좋은 때 쉬기 좋다. 자연에 가까운 삶이 좋다.


카페 '바람'은 월정리 해수욕장 주택가에 있다. 카페는 다양한 제주 식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야외 평상에 앉으면, 바람에 스치는 잎사귀 소리가 들려온다.


비로소 찾아 헤매던 '쉼'을 발견한 느낌이다.


카페 내부는 아프리카 풍으로 꾸며져 있다. 우드 인테리어를 베이스로 아프리카 특유의 치장품과 장식품이 실내 공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비치된 치장품과 장식품은 구매도 가능했는데, 집에 있는 조각상도 이곳에서 구매했다. 아프리카를 떠나 머나먼 대양을 건너 제주도에 도착한 녀석은, 영문도 모른 채 다시 서울로 이동하여 이름 모를 주택의 이름 모를 책장에 터를 잡았다.


다시 제주에 방문하는 날, 조각상의 친구를 들여올 생각이다. 그때까지 카페 '바람'이 지금의 자리에서 안녕히 있기를 바라본다.




나는 평소 생각하는 일을 좋아한다. MBTI 수치 중 'N'이 8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직관적인 타입이다. 말이 좋아 직관이지, 대가리 꽃밭이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는 조각상에 눈이 간 걸지도 모른다. 생각에 잠긴 조각상을 바라보면 나도 함께 생각에 잠긴다. 죽어 간 잎사귀를 배웅하는가. 머나먼 고국의 땅을 그리워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흥청망청, 되는대로 살아온 나의 삶을 걱정하는가.


'그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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