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퀘스트 : 낯선 문구 읽기

무기력 탈출, chat GPT에게 퀘스트를 받다!

by 일칠삼공
이 글은 일상의 나태함과 무기력 해소의 목적으로, chat GPT에게 퀘스트를 받고 그 과정을 글로 남기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덧 '무기력 탈출 도전, GPT에게 묻다' 매거진도 10화에 도달했다. 처음 다짐할 때 최소 3회 이상은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벌써 10화를 넘겼다니....


첫 화는 도전에 대한 화두를 여는 글이었기에 지금까지 나는 총 8번의 퀘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 아홉 번째 퀘스트를 수행한다. 요즘은 새로운 퀘스트만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새로운 도전을 발굴하고 있다. 삶을 대하는 방식이 나아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주말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퇴근하고 뭔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하지만 막상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장난 삼아서라도 GPT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


GPT는 항상 열려 있고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퀘스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마음에 드는 퀘스트가 나올 때까지 계속 요청하면 된다.


나 또한 퀘스트를 재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퀘스트를 내주기도 하고, 성향에 어울리지 않는 퀘스트를 주기도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집에 있는 물건들을 탑처럼 쌓아보라는 퀘스트를 받은 적도 있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 다른 퀘스트를 요청했다.


마음에 드는 퀘스트가 나올 때까지 GPT에게 요청하면 된다. GPT는 거절을 모르니까.


탑 쌓기는 도전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 의미 있는 도전을 해볼 수 있도록 퀘스트를 다시 줘.



아홉 번째 퀘스트 : “낯선 문구 읽기”


목표: 평소 읽지 않던 책, 시, 문구 등을 찾아 한 구절을 읽고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세요.

• 예: 도서관에서 무작위로 책을 선택하거나, 온라인에서 유명한 시인의 구절을 찾아보세요.


조건:

• 읽은 구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나 마음에 남는 문장을 골라보세요.

• 문장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당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기록하기:

• 읽은 구절과 그것을 읽으며 느낀 점, 그리고 생각의 변화나 영감을 2,000자 이상의 글로 기록하세요.

• 문구가 당신의 하루 혹은 시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적어보세요.


이 퀘스트는 작은 문구가 당신에게 의미 있는 통찰이나 감정을 제공할 수 있는 도전입니다. 이번에는 어떠세요?



책장에 꽂힌 책 등을 둘러봤다. 읽지 않은 책 위주로 살폈다. 그중에서도 문장과 구절이 인상적일 것 같은 책 제목을 훑었다. 그렇게 먼지 쌓인 책 한 권을 꺼냈다.


KakaoTalk_Photo_2025-01-05-16-32-04.jpeg 순전히 제목만 보고 샀던 시집이다. 재미있는 점은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 봐'라는 시는 실려있지 않다.


아래 시 몇 편을 소개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나열하고자 한다. 시를 읽을 때의 마음처럼, 문장과 단어의 의미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써볼 참이다.



산문

뜻밖에 넌, 김원경


시간이 지나면서 누군가는 떠나가고 누군가는 남겨졌다. 지금까지 제대로 살아왔는지, 어디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궁리하면 어디선가 물결처럼 술렁이며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가늘게 떨고 있는 생의 순간들이 방안 가득 들어찬다. 아직 마르지 않는 글썽거림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표정을 짓고 있다. 글썽거리는 건 빛나고 축축해서 맘에 든다. 무수한 너와 내가 무수한 나와 너로 밀려왔다 사라진다. 경계의 이편과 저편에서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득한 시간을 포갠다. 밀고 당기고 자빠지고 일어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고 나를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윤곽이 생긴다. 점과 점이 모여 이 세상 모든 선이 되듯, 애초부터 저 혼자가 아니라는 듯, 또는 저 혼자라는 듯,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있는, 그러니 살아라,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술렁이며 다가오는 것들이 생의 순간을 가득 채우는 날이 있다. 무수한 너와 내가, 너와 내가 되는 순간들. 삶은 늘 현재라서 지난 일은 힘이 없고 다가올 일은 기약이 없다.


그러니 살아보겠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까. 삶은 모두에게 늘 현재니까.



불안들, 이용한


웃는 표정을 걸어놓고 나는 울었다


심란한 구석에 손목을 내리고

문득 멸망한 유물론자처럼 앉아 있어요

저녁은 친절하고, 사월은 불길하니까

환하게 염불을 외며

교양 있게 슬퍼하는 거야

미쳐도 곱게 미치는 거지

들어오세요, 앉으세요

심장이라도 내어드릴까요 아니면 이 낡은 머리라도

이제 곧 첫눈이 내리겠지

꽃밭이 하얗게 얼어붙겠군

소년과 겨울이 뒤엉킨 뒤죽박죽의 계절들

붉은색 원숭이가 걸린 방에서

나는 삭제되었습니다, 라는 문장을

한번 더 삭제하고

보세요, 여기가 이미 바닥이에요

뛰어내릴 수도 없는 반지하 창문에 박힌 노란 달

달 하나에 한숨과

달 하나에 아버지

이 세상은 모든 아버지들이 망쳐놓았죠

요컨대 내가 아버지라는 게 가장 무서워요

아버지인 내가 시를 쓰고, 물을 마시고, 숨을 쉰다는 게

도망가지도 못하는 아내가 던지고 간

작고 하얀 알약을 삼키며

무수히 늦은 나를 잡아당기며

좀더 왼쪽으로, 무엇의 왼쪽인지도 모르고

버려진 자전거처럼 모로 누워

잠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죠

눈을 감았다 뜨면 내일이 올 것 같아서

알아요, 이미 새벽이라는 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목요일이라는 거

불면을 건너면 불안

죽고 싶은 것과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달라요

둘 사이의 공백을 견디는 게 삶이죠

약을 먹으면 인생은 다시 좋아질 테지만

가능성이란

불가능한 광년 너머에나 있는 것

보세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구름이

방안에 가득해요


그저 나는 조금 흐린, 이라고 쓴 뒤

더욱 흐릿해진다, 숨죽인 숨결처럼



힘든 시기를 겪을 때면 멍한 눈으로 거리를 걸을 때가 있다. 그렇게 걷던 어느 날, 내가 짓고 있을 표정과 비슷할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의 표정을 마주했다.


아.... 내가 저런 눈과 저런 입과 저런 코를 하고 있겠구나.


얼굴에 힘을 줬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않으려 했다. 바닥은 무너지지 않을 테고, 하늘은 꺼질 일 없다. 마음을 다독였다. 기운을 차리자. 웃는 표정을 걸어놓고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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