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없는 영화 리뷰 : 총을 든 스님

영화를 보고, 글을 씁니다

by 일칠삼공
BBSIMAGE_20241230111048_101b453c7a0bb6863ba1739164ce78c6.jpg


인공지능이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세상이 더 나아졌는가를 묻는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너의 말들은 내게 의미가 되지 못하고 흩어졌다. 너는 살짝 흥분된 눈빛으로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곤 인공지능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늘 보도자료 요약하는 걸 GPT로 해봤거든? 그런데 있잖아, 너무 맘에 들게 요약을 잘하지 뭐야! 예전에 알던 멍청한 GPT가 아니더라고."


너는 GPT 덕분에 시간을 대폭 절약했다며, 신나는 얼굴로 찬사를 이어갔다. 나는 중간중간 맞장구를 쳐주며 흘러오는 말들을 들었다.


"오빠도 일하거나 글 쓸 때 GPT 써 봐. 진짜 좋아. 인스타그램 게시글 문구 같은 것도 정말 잘 써준다니까. 그렇게 남일처럼 구경만 하다가는 뒤쳐진다니까."

"그래. 알았어. 그렇잖아도 주변에서도 좋다고 난리더라. 글 쓸 때 참고할게."

"또... 또. 말만 그렇게 하고 결국 손도 안 댈 거면서."


나는 머쓱한 마음에 대답할 말을 고르지 못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윽고 GPT에 관한 주제가 떨어진 너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저녁에 먹을 밥집을 훑으며 음식점 이름을 나열했다.




야채 닭다리 수프카레를 먹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책장에 올려둔 모아이 석상 조형물이 넘어져 있었다. 진열된 책을 벽 삼아서 기대어 뒀는데 넘어진 모양이었다. 다시 조형물을 책에 기대어 두었다. 샤워를 마치고 로션을 바르며 조형물을 다시 바라봤다.


기대 선 모습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형물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위치를 조정했다. 모아이 석상의 얼굴에 사람의 몸을 가진 녀석은 당장 앞으로 달려 나갈 듯 몸의 중심이 전방으로 쏠려 있었다. 자세가 불균형했기에, 발바닥이 지면에 잘 밀착되로록 하체를 꾹 눌러 잡고 위치를 조정했다.


조형물을 재자리에 세워놓고 보니 이내 마음이 흡족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켰다. 보통이라면 워드프로세서를 열었겠지만, 그녀의 바람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chat GPT에 접속했다. 질문은 chat GPT에 접속하기 전에 이미 결정했다. 늘 마음속에 담아둔 해결을 보지 못한 질문을.


"나는 나의 안에 고인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끄집어내길 바란다. 어쩌면 내 안에 없을지도 모르는 글의 보풀이라도 찾아보겠다고 꿈틀대길 바란다. 내 안에 고인 정리되지 않은 말들과 어쩌면 내 안에 없을지도 모를 글의 보풀을 찾아줘."


나는 단단히 자리 잡은 모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답변을 기다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