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농민들이 쌀 농사를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정부가 매년 1조어치의 쌀을 사줍니다. 하지만 그 쌀의 대부분은 동물의 사료로 사용됩니다.
이것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요. 올해 초 이 법을 '사 줄 수 있다'를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로 바꿀지 말지에 대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계속 사줘야 할까요? 그만 사줘야 할까요?
우리 나라에는 양곡관리법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양곡(糧穀)이란 양식으로 사용되는 곡식을 말하는데요.
쌀, 보리, 콩과 같은 대표 곡식과 조, 좁쌀, 수수, 귀리와 같은 서브 곡식, 그리고 옥수수, 감자, 고구마와 같은 작물을 포함합니다. 듣기만 해도 배가 든든해지는 주요 식량입니다.
그런데 만약 쌀 장사가 안된다고 농부들이 쌀 농사를 안해 90%를 중국에서 수입하게 된다면? 그러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안 팔겠다고 하면? 바로 전쟁각이죠.
물건이 안 팔려 장사가 안 되면 물건 생산을 멈추면 되지만 식량은 그렇게 시장 논리에만 맡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법이 양곡관리법이며 이 법은 쉽게 말해 쌀 생산량이 넘치거나 쌀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세금으로 일정부분 구매해서 농민들이 벼 농사를 멈추지 않게 유도하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는 매년 30만명씩 줄고 있고 (전국 초6이 48만명 수준) 쌀밥보다 밀가루(빵 or 면류) 소비가 늘고 있으며 정부의 창고에 있는 쌀도 넘쳐버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매년 10만톤의 남는 쌀이 동물의 사료나 술 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023년 양곡관리법 개정안 찬성, 일단 말이 너무 어렵죠? 쉽게 말하면 쌀이 넘치면 정부가 ‘사 줄 수 있다’를 ‘의무적으로 산다!’로 바꾸는 법입니다. 울론 한없이 산다는 건 아니고 조건은 있습니다. (초과 생산량 3~5%, 가격 5~8% 하락시에 한함) 복잡한 건 일단 패스
찬성파 주장의 근거는 식량 안보입니다. 여기에는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 주식인 쌀을 지키고 식량 주권 수호, 농민 생존권 보장 등 명분인데 이를 이길 수 있는 논리가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일단 “1인당 쌀 소비량이 하락하고 있는데 왜 의무적으로 사주려 하느냐! 매년 넘치는 쌀을 사주기 위해 들어가는 국가 예산이 1조가 넘는다."라는 주장입니다.
1조로 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은 무엇일까요? 스타트업 창업 지원금이 연간 1조이며 내년 핵심 국가산업 반도체 지원예산이 1조, AI반도체 기술 지원에는 5년간 1조를 들여 7,000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비용입니다.
태국에서도 정부의 쌀 구매를 의무화한 적이 있었는데 2년간 10조의 손실에 달했고 겨우 멈췄다고 합니다. 이는 유럽의 버터나 소고기, 뉴질랜드의 양과 소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 우유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때문에 우유 소비량이 확 줄었는데요. 2022년 1인당 하루 우유 섭취량은 종이컵 반컵(80ml) 이라고 합니다.
우리 정부는 작년에도 낙농가 보호를 위해 우유 과잉생산분 838억 어치를 세금으로 사주었습니다. 어차피 정부에서 사줄건데 품질이 뭣이 중한디!
그러다 질 좋고 1/3가격인 수입산 우유가 들어오자 국산 우유 소비량은 더 줄어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장논리입니다. 쌀도 마찬가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세 번째 반대의 이유는 다른 품종과의 형평성인데요. 쌀만 정부가 사주면 다들 쌀 농사만 하겠죠? 대체 작물 재배, 품종 다각화는 어려울 것이고 쌀농사 과잉으로 쌀이 남아돌게 되고 쌀 값은 폭락, 이를 정부가 다시 세금으로 사들이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팽팽하지만 '그래도 사 주자'가 조금 더 많습니다. 작년 10월 조사때는 사주자 61% vs 그만사 25%였는데 올해 3월 스트레이트NEWS 결과는 사주자 53% vs 그만사 44%이었으며 3월 뉴스토마토에서는 사주자 55% vs 그만사 37%로 나왔습니다.
양곡관리법을 논리적으로 보면 반대할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보험을 드는 것 처럼 우리나라 1년 예산 600조 중 1조 정도는 식량보험에 가입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도 엄마 친구 아는 아줌마한테 10년전에 든 쓸모없는 보험을 리모델링 하듯이 이왕 1조 쓸꺼라면 좀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함께 연구해보면 좋겠습니다.
쌀 전량 수입하면 불안하니까 보험이라 생각하고 식량 안보를 위해 계속 사주자!
or
어차피 동물 사료로 쓰인다며? 그 돈으로 다른 곳에 지원해! 시장 논리에 맡기자!
만약 당신에게 결정권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