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판매하고 있는 소위 맥도널드 배달 가격, 버거킹 배달 가격 문화가 동네 음식점들까지 확산되며 이중가격제가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가장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떡볶이 매장에서 떡튀순 세트를 먹으면 1만 원만 내면 되는데 집으로 배달 시키면 같은 양에 1만 1천 원을 내야 합니다. 음식점 사장이 이렇게 매장용 가격과 배달용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것이 이중가격제입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뭘까요? 수년 전 생겨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와 같은 배달앱 때문입니다. 배달앱 시장규모는 약 30조 원으로 시장점유율은 독일 기업인 배민 63%, 쿠팡이츠 20%, 요기요 16%입니다.
처음에는 수수료를 3%만 받더니 얼마 전 세 기업 모두 수수료를 약 10%까지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음식점 사장님들은 1만 원짜리 팔아 4천원 남기던 것을 3천원밖에 못 남기니까 배달을 시킨 소비자한테 그 10%를 내라고 하며 배달용 가격을 1천원 올린 것입니다.
매장 손님에 비해 배달 주문 손님한테는 더 비싼 가격으로 팔아도 된다는 주장입니다.
1. 배달앱 수수료가 올랐으니 그만큼 가격을 올린 것이다. 이익이 줄어 장사할 맛이 안 난다.
2. 배달 시킨 손님이 매장에 직접 와서 먹는 손님보다 돈을 더 내는 건 공정하다. 집에서 편하게 먹으려면 당연히 돈을 더 내야 한다.
3. 비싸면 매장에 와서 먹던지, 아니면 안 사 먹으면 되지, 결국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배달시킨 사람이 당연히 돈을 더 내는 것은 공정하기 때문에 이중가격제를 찬성한다는 측은 약 32%입니다. 이 중 음식점 사장님들도 포함되어 있겠죠.
사장님들은 "배달앱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시켜 소비자들이 화나게 만들면 배달앱 덜 쓰겠지? 그럼 배달앱이 수수료를 다시 낮춰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배달앱과 사장님이 싸워야 하는 판인데 배달앱과 소비자가 싸우게 만들었습니다.
소비자 중심의 일반인들은 약 68%가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같은 메뉴, 같은 양의 음식이므로 가격은 같아야 한다.
2. 여러 메뉴를 한 번에 주문할 경우 배달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3. 요즘 대부분 배달해서 먹는데 고물가 시대 식품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이중가격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사실 듣고 보면 이중가격제 찬성파들이 주장하는 "이익을 얻는 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멋있게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의 논리가 있습니다. 만약 배달앱이 없어진다면 사장님들은 어떻게 장사를 하게 될까요? 수수료를 안 내는 대신 무슨 일을 하게 될까요?
배달원을 고용해서 주문이 많던 적던 월급 200만원은 줘야 합니다. 배달이 많은 야간수당은 별도겠지요? 또한 전단지를 만들어 알바를 구해 여기저기 뿌려야 하며 아파트 게시판이나 인터넷에 광고도 해야 합니다. 카운터에 주문전화받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요.
또한 후미진 곳에서 낮은 임대료로 배달 위주로 장사하던 사장님들은 핵심 상권으로 이동해 높은 임대료를 내며 가게를 홍보해야 합니다.
떡볶이 세트 1만원에는 이런 "부대 비용"이 들어있었는데 그게 없어지고 "배달앱 수수료"로 제목만 바뀌었을 뿐이지, 사장님들이 안 내던 수수료를 내게 되어 장사가 힘들어졌다는 말은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그냥 수익을 더 내고 싶으니까 배달앱 수수료 핑계를 대고 이중가격제를 도입해서 배달시킨 소비자에게 더 돈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문제는 다르게 해석됩니다.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도, 배달시킨 자의 수익자 부담 원칙도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냥 비싸진 떡볶이 1만1천원짜리를 내가 사 먹을 거냐, 아니면 비싸니까 안 사 먹을 거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안 사 먹으면 가격을 내릴 것이고 계속 잘 사 먹으면 가격을 1천원 더 올려보겠죠?
코로나로 시작된 세계 물류 파동, 원자재 상승, 식자재 상승, 배달앱 수수료 등 수많은 핑계를 대고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떡볶이 세트 가격이 원망스럽습니다. 위 사진 출처는 픽사베이, MS ai 사이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