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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Dec 01. 2020

고통에 대하여 뒷얘기1

샘플북 환란

김영춘 지음

고통에 대하여: 1979~2020 살아있는 한국사

372쪽 | 18,000원

https://bit.ly/33gL7kr



지난 6개월 동안 고생해서 편집한 책이 마침내 서점에 등록되었습니다. 재미있는 뒷얘기가 많습니다. 그중 오늘은 샘플북 이야기.


편집을 다 끝낸 다음에 샘플북을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원고를 마지막으로 검수하기 편리하게, 그리고 여러 사람들한테 추천사를 받을 목적으로 제작했습니다. 추천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원고를 읽거나 어떤 내용이 수록되었는지를 알아야 하니까요. 30권 가량 소량 인쇄했습니다. 소량 인쇄를 하는 데에도 인쇄소에서 표지가 있어야 한다는 말합니다. 인쇄공정상 어쩔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디자이너한테, 표지는 그냥 백지로 아무 글귀도 넣지 말고 앞/등/뒤 레이아웃만 정해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어요.


디자이너에게 말했지요.


저자 주위에 의견이 강한 분들이 많을 게 틀림없고 이런저런 의견이 중구난방으로 나올 텐데 그러면 출간이 임박한 시점에서 그걸 통제하기 어려워지므로 표지는 아무것도 넣지 말라고요. 벗뜨, 디자이너가 말을 안 들어요!! 아무것도 없이 표지 앞/등/뒤 레이아웃만 정하는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에요. 샘플북 표지를 만든 거입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문제의 샘플북 표지


디자이너는 나름 배려했어요. 'Sample Book'이라는 표현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 사람들은 멀쩡히 박혀있는 글귀에도 불구하고, 'Sample Book'이라는 글자만 사라지고 나머지는 그대로 출간되리라고, 표지를 오해할 것임을 새삼 깨달았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마음에 안 드는 디자인인 거죠. 내가 안일했어요. 그냥 편집자 권능으로 디자이너의 의견을 무시하고 백지를 고수했어야 했어요. 후폭풍이 거셌습니다.


역시나 저자 주위의 시끄러우신(?) 분들의 의견이 장난 아니게 나왔습니다. 그분들은 저자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사랑하시는 분들입니다. 렇기 때문에  의견을 더욱 무시하기 어려워지지요. 이런저런 의견을 종합해 보면, 아무래도 샘플북 표지를 진짜 표지로 오해하고 있는 겁니다(Sample Book 이라는 글귀가 지워진 상태의 표지). 가장 공격을 당한  제목을 바꿔야 한다는 ... 정치인이 책을 쓰는데 고통이 뭐냐는, '희망에 대하여' 라든가... , 이거 통제하기 어려웠어요.


샘플북 환란이었습니다.



제 마음속으로 설득해 보는 거지요.  책은 지지자  책이 아니라고요, 널리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훌륭한 책을 독자에게 선물하고 싶다고요,  세상에는 고통이 가득하고, 사람들이 이토록 고통스러운데, 그냥 진부하게 희망을 이야기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제목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으면 독자들이 책을 외면할 거예요, 저자는 신인 정치인이 아니라고요,  7 국회의원 급의 거물(저자는 국회의원에 3 당선되었고 3 낙선했으며,   불출마;;;)이에요, 이런 사람이  제목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거라면, 정말로 고통이 가득한 세상을 단번에 뒤엎을  있는 비전이 담겨야 하는데,  책이 그런 책은 아니라고요, 등등의 이야기를 일일이 만나서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튼 나는 이때 편집자는 어떤 태도로 대처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목에는 책을 편집하는 전체의 복잡한 과정이 녹아 있어서 제목을 바꾸기는 어렵거든요. 제목을 바꾸면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요... 그래서 제목을 지켜내는 논리를 개발하고 작전을 짜느라 한 일주일 분의 수명을 썼던 것 같아요. 그 무렵이었습니다. 디자이너가 정식 디자인 시안을 보내줬습니다. 디자이너가 보내준 몇 가지 시안이 이랬습니다.



1안


2안
3안
기타안


첫 번째와 두 번째 디자인을 적극 활용해서 샘플북 환란을 마무리는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편집자가 고집을 꺾지 않은 것이지만요;;;). 물론 저자가 편집자를 믿어줬다는 게 포인트가 되겠지요. 어쨌든 결국은 잘 되었습니다... 아마 샘플북을 읽으신 분들도 안심했을 거예요. 일단 디자인이 훌륭하니까요. 그분들이 책 내용이 안 좋다고 지적한 건 아니어서요! 부제가 들어와서 책의 정체성도 더 분명해졌고요. 드로잉도 수정되었습니다. 멋지게요. 선을 두어 개 바꾼 것인데 완전 달라지더군요. 신기했어요. 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배운 것 중 하나는 이렇습니다.


탁월한 디자인이
논란을 잠재웁니다


자켓표지, 겉표지입니다


속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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