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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May 11. 2022

여성의 종속

월간이소노미아 7호 | 페미니즘은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월간이소노미아 7호


월간이소노미아? 그게 뭔데?? 네.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소노미아 출판사가 한 달에 한 권 정성껏 만든 책을 소개하는 Book Magazine입니다.  편집자로서 책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지 좀 알 것 같아요. 그러나 책을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렇게 노력중입니다;;



1. 책소개


130*210mm의 크기이며, 281쪽, 15,000원입니다.

먼저 책의 표지를 소개합니다.



좀 멋지지 않나요?

책 내용은 더 멋집니다.


이제 와 돌이켜 보면
여성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의 종속

제1장 문제제기 (014)

제2장 여성의 결혼 (080) 

제3장 여성의 직업 (130)

제4장 여성의 종속을 없앰으로써 얻는 것 (204)


편집후기 (258) (재미있어요!!)


이 책은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존 스튜어트 밀이 1869년에 저술한 <THE SUBJECTION OF WOMEN>을 번역한 책입니다. 저자는 당시 사회의 관습과 금기에 도전하면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이기도 한 사람이고, 저자가 쓴 이 책은 정의와 공평의 관점에서 여성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여성의 종속>을 ‘여성주의 책’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저자 본인이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회 운동을 주창하지도 않습니다. 시종일관 인류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러나 이 책만큼 설득력 있는 여성주의 책이 또 있을까요? 밀은 남자들이 지니고 있을 법한 사회통념을 전부 해부해 놓고서 그것의 유래와 증상을 차분히 분석하고 진지하게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밀은, 여성의 문제에 관해서는, 뿌리 깊은 감정과 정서로 말미암아 토론이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면서 1장을 시작합니다. 1장에서 밀은 노예 제도를 폐지한 인류가 어째서 여성의 종속을 폐지하지 않는지 묻습니다. 남성은 단지 여성의 순종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정서까지도 지배하기를 원하며, 강요에 의한 노예가 아니라 자발적인 노예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여성이 사회적으로 종속 위치에 있다는 것은 현대의 사회제도에서 유례없는 경우이고, 현대 사회의 기본법을 침해하는 유일한 사례라고, 밀은 문제제기를 합니다.


2장은 여성의 결혼을 다룹니다. 밀은 이 장에서 결혼제도가 어떻게 여성을 유별나게 억압하고 얼마나 정의롭지 않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증합니다. 당시 여성은 자유롭게 이혼할 수 없었습니다. 1857년이 돼서야 영국에서 처음으로 이혼법이 제정됐지만,이혼하기 위해서는 공개 재판을 통해 ‘간통’을 증명해야 했고, 여성의 경우 배우자의 지속적인 폭력도 함께 입증해야 했습니다. “인간의 정신을 이렇게 타락한 상황으로 손쉽게 이끄는 제도에 대해 혐오와 분노가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저자는 고백합니다.


‘가족’ 내에서 여성이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라면, 이번에는 ‘사회’에서 여성이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그것이 3장의 주제입니다. 이 장에서 밀은 ‘여자는 남자에 미치지 못한다’는 당시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사회 통념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비판하기 위해 정성을 다합니다. 직업이든, 정치든, 철학이든, 문화예술 분야이든, 남성과 비교할 때, 여성은 능력 면에서 타고난 차이가 없으며, 만약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 까닭은 여성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며, 여성들에게 오랫동안 차별적인 교육을 시켰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노예 상태를 청산하고 여성의 종속을 없애서 여성이 자유롭게 결혼하고 정치에 참여하게 될 때 얻는 이익은 무엇인가? 4장은 여성에게 자신들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기회를 줌으로써 우리 인류가 얻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합니다. 실로 이 책은, 인류의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문제에 대한, 거대한 질문입니다.


편집후기에는 정미화 번역가의 번역 후기를 포함하여, 이 책을 편집한 편집자들의 기획의도와 감상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편집후기는 독서가들의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2. 저자(번역가) 소개



존 스튜어트 밀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며 유명한 저술가인 제임스 밀의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밀은 남달랐고 명석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직접 키웠다. 세 살에 그리스어를 배웠으며, 여덟 살에 이미 그리스어와 라틴어 고전을 읽었다. 엄격하고 철저한 부친 슬하에서 십 대 시절에 이미 대부분의 학문을 익히고 여러 논문을 썼다. 영국 국교도가 되기 싫다며 옥스퍼드 대학이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기를 거절했다. 영국 동인도회사에서 35년간 근무하면서 연구와 저술을 이어나갔다. <논리학 체계1843>, <정치경제학의 원리1848>, <자유론1859>, <공리주의1863>, <여성의 종속1869>, <사회주의1879> 등의 책을 저술했다. 인생의 전반부는 부친과 함께였으나 인생의 후반부는 인생의 동반자인 해리어트 테일러 밀과 함께였다. 평생 약자와 여성의 인권과 자유를 옹호한 밀은 사랑하는 아내가 묻힌 프랑스 아비뇽에서 영원한 평화를 얻었다. 


번역가 정미화 |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공리주의>, <철학의 역사>, <탄탄한 논리력>, <엘라처럼>, <최강의 식물식>, <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 <죄수 운동법>, <주 2회 1일 1시간,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하루 800칼로리 초고속 다이어트> 등이 있다. 



3. 책속에서


조금만 소개할게요. 


(48쪽) 모든 사회적·자연적 원인들이 결합되어 여성이 집단적으로 남성의 위력에 대항하는 일을 여의치 않게 만듭니다. 여성은 그 지배자가 실제 복종하는 것 그 이상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종속 계층과는 매우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남성은 단지 여성의 순종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정서까지도 지배하기를 원합니다. 아주 잔인한 부류가 아니라면, 모든 남성은 자신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여성이 강요에 의한 노예가 아니라 자발적인 노예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저 노예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59쪽) 그러므로 여성이 사회적으로 종속 위치에 있다는 것은 현대의 사회제도에서 유례없는 경우이고, 현대 사회의 기본법을 침해하는 유일한 사례이며, 구시대의 사고와 관행이 파괴된 다른 모든 분야와는 달리 가장 보편적인 관심을 받는 한 가지 분야에만 남아있는 단 하나의 유물입니다.


(61쪽) 인류 역사의 모든 발전 단계를 거치면서 여성의 지위는 남성과 동등한 수준에 거의 근접해 왔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남녀의 동화가 평등을 완성하는 데까지 지속돼야 함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돼야 한다는 주장을 분명히 뒷받침합니다.


(62쪽) 오늘날 여성의 본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단히 인위적입니다. 어떤 방향으로 강제적으로 억압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부자연스럽게 자극한 결과인 셈이지요.


(84쪽) 하지만 아내는 사실상 남편의 계약 노예입니다. 법적인 구속력 면에서는 소위 노예라고 불릴 처지는 아니지만 사실상 노예와 다를 바 없습니다. 결혼식 단상에서 남편에게 평생 순종할 것을 서약하고 법에 의해 평생 그것을 지켜야 합니다.


(115쪽) 복종에 바탕을 둔 도덕 체계도 있었고, 기사도 정신과 관대함에 기초한 도덕 체계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의의 도덕 체계를 세울 때입니다.


(117쪽) 하지만 인간의 진정한 미덕은 서로 평등한 위치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적응력에 있습니다. 즉 자기 것을 주장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양보하고,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라면 어떤 종류의 명령도 존중하지만 그 경우에도 일시적으로만 명령을 내리고, 가능하다면 사람들이 서로 번갈아가며 지시하고 따르는 사회를 우리는 선호합니다.


(132쪽) 가족 내에서 여성이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내 주장에 동조한 사람이라면, 여성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문제와 관련된 또 다른 주장, 즉 지금까지 힘이 더 센 남성이 독점해 온 모든 역할과 직업을 여성에게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56쪽) 따라서 남성의 생각이 여성의 생각에 폭과 크기를 부여하는 것만큼 여성의 생각도 남성의 생각에 현실성을 더해 준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폭과 구분되는 깊이 면에서 나는 지금도 여성이 남성과 비교했을 때 과연 어떤 부족함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210쪽) 생각해 봅시다. 인류 가운데 가장 어리석고 보잘것없거나 혹은 가장 무식하고 둔한 소년이 아무런 장점이나 노력 없이 단지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이 어른이 되면 매일 혹은 매순간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느끼는 여성을 포함하여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모든 여성보다 더 우위에 있을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믿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249쪽) 권력을 사랑하는 것과 자유를 사랑하는 것은 영원히 적대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자유가 없는 곳에서는 권력에 대한 욕구가 가장 열렬하고 무분별하게 나타납니다.


(254쪽) 미개한 사회에서는 피부색, 인종, 종교가, 피정복국가에서는 국적이 일부 남성에게 제약이 되지만, 모든 여성은 그 성별 때문에 제약을 받습니다.



4. 출판사 서평


이 책 <여성의 종속>에 대해 편집자가 독자에게 전하는 생각을 글로 정리해 봤어요. 편집하면서 읽고 또 읽고, 이해하고 또 이해한 생각이기도 하고, 또 이 책을 펴내게 된 기획의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 와 돌이켜 보면 여성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알 것만 같다. 


19세기 유럽 사회에서도 가장 발전한 사회였던 영국에서조차 여성은 노예 상태에 있었다. 자유롭게 혼인할 수 없었으며, 재산을 소유하기 어려웠다. 남성에 의해 자행되는 일상적인 폭력에 저항할 수 없었다. 투표권이 없었고, 자기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없었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여성의 현실이 어째서 노예 제도보다 더 야만적인 종속 상태인지 진지하게 밝힌다.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목적은 설득에 있다. 여성의 종속이 지니는 문제점을 보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대중을 설득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젠더 문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을 설득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저자도 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저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설득하려고 애쓰는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저자의 노력 덕분일까. 이 책에는 지금껏 지구에서 한 생을 살았던 모든 여성의, 모든 세대에 걸친 여성의 한탄, 한숨, 슬픔, 외침, 염원이 들어 있다. 그런 염원을 담아 밀이 이 책을 썼다. 그리고 이 책에 담긴 밀의 주장은 후대 인류 사회에서 거의 대부분 실현됐거나 실현돼 가는 중이다. 아직 지구촌 여러 나라에서는 여전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문명 사회라고 불리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폐지됐다. 종속 상태에서 벗어난 여성은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밀이 소망한 대로 노예 상태에 머물던 인류의 절반이 자유를 쟁취한 것이다. 실로 이 책은 페미니즘 역사 책이다. 그리고 페미니즘 예언서이기도 하다.


곧 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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