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무엇이고, 보수는 무엇인지
요즘 주말에는
중3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아빠와 함께 도서관에 가는... 그런 시간이 생겼다. 식사하면서 혹은 함께 걸으면서 아빠가 지금껏 살면서 겪고 공부하고 생각한 것들을 가르쳐준다.
오늘은 진보와 보수, 혹은 좌파와 우파의 차이점과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들은 진지하고 '있어 보이는 것'을 가르쳐주면 좋아한다.
이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뭐가 진보인지 뭐가 보수인지 알지 못했다. 하기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을 테니까... (인터넷에서 조사해 보면 나오겠지만;;;) 어쨌든 무척 재미있어 했다.
진보와 보수는 시대마다 조금씩 달라지는데, 오늘날의 기준으로 설명해 볼게.
진보(좌파)는 개인의 인권이 공동체적인 가치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반면, 보수(우파)는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를 개인의 의견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야.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자유지만, 그렇다고 다른 쪽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걷다가 나는 멈췄다) 아빠가 서있는 여기가 중간이라고 해 보자. (왼쪽으로 이동) 이렇게 가면 좌파가 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후 오른쪽으로 이동) 이쪽으로 가면 우파가 되는 거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후에 한참 왼쪽으로 이동) 이러면 훨씬 좌파지? 이걸 '극단적인 좌퍄(극좌)'라고 해. (원위치에서 한참 오른쪽으로 이동) 또 이러면 '극단적인 우파(극우)'라고 하지.
극단적인 우파는 국가주의로 흘러가서는 군국주의와 파시즘에 이르게 되는데 역사적으로 이런 사례는 매우 많고 지금도 있어.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대표적으로 그런 사례지. 일본제국주의도 그렇고, 또 사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금의 러시아도 마찬가지야.
극단적인 좌파는 공동체가 갖는 권력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도 부인하면서 무정부주의로 흘러가지만 인류사에서 아직은 실험 수준에 그치고 실제 사례는 없었어.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
진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이라는 개념에서, 개인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의미는, 개인 안에 인류가 있다는 것인데, 그 인류는 다른 사람 안의 인류와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게 포인트야. 아빠 마음 안에 있는 인류와 네 안에 있는 인류가 같은 거지. 따라서 진보는 신분, 빈부, 인종, 국적에 차별을 두지 않고 개방적으로 존중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힘없는 사람을 돕고(힘없는 사람을 돕는 게 진보가 아니라, 진보의 이념 때문에 결과적으로 돕는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 또 한편으로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야. 우리 민족 우리 민족, 이러고, 시도 때도 없이 애국심 애국심 말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진보적인, 좌파 쪽 견해를 갖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겠지.
반면 보수는 그런 개인보다 공동체의 발전과 안전과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기존 질서를 불안하게 하는 '출신이 다른 개인들'이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면 사회가 불안해진다고 생각해. 때때로 다소 적대적이야. 또 우파는 애국심을 강조하고 민족주의 견해를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국뽕'은 우파야. 반일, 반미, 반이슬람 이런 식으로 '국가'에 따라 다른 나라에 배타적이라면 그것도 우파라고 볼 수 있겠지.
칼로 베어내듯 나뉘는 것은 아니고, 경향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야. 그런데 '일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참 요상하단 말이지. 민족을 외치고 반일을 말하면 진보/좌파 쪽이라는 것이고, 보수가 오히려 반일 좀 그만하라는 것이지.
중도가 있을 수 있겠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서, 한번 어떤 선택을 하게 되면 일관성 때문에 또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보수 쪽과 친하냐, 진보 쪽과 친하냐가 정해지더라고. 중도는 보수(우파)와 진보(좌파) 사이에서 독자성을 갖기 어려운 것 같아.
이러한 견해들은 한쪽이 옳고 한쪽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저 인간이라면 당연히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고 서로 다른 견해와 감정을 갖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게 좋고, 서로 경쟁하고 토론하면서 권력을 잡게 되는데, 이 두 가지 견해를 하나의 결론으로 통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라는 것.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가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것. 그렇지 않으면 서로를 죽이게 된다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아빠의 모든 생각이 딸에게 흘러들어간다. 그러므로 나는 좋은 생각을 해야 한다. 언젠가 딸도 스스로 뿌리 깊은 생각을 하게 될 날이 오겠지.
코디정이 최근 편집한 힙스터 페미니즘 책.
딸이 이 책을 꼭 읽고 싶다고,
1빠로 사겠다고 하는데...
너무 반가운 나머지 다 읽으면 용돈을 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