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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Jun 22. 2022

농담

매일 한 문장 14

지난 사흘에  문장들. 딸에게  인생이 전해진다.


2022-06-17

40. 그라시재라


이탈리아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의 단어는 <그라찌에>라 하고, 같은 의미로 스페인어로는 <그라시아스>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말 <그라시재라>는?


<그라시재라>는 서남 전라도 사투리이다. 암요, 그렇고 말고요. 그러믄요. 라는 뜻의 순우리말.


이 단어를 제목으로 한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할무니 에렸을 때도 달이 저라고 컸어요”로 시작해서 “오메 내가 야그 듣니라 넋빠졌네”로 끝나는 46편의 이야기가 모두 남도 사투리로 쓰인 책. 이 책을 내가 편집했다는 사실이, 지금껏 올해 내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다.





2022-06-18

41. 딸은 쌩쌩하다.


토요일 오후 딸이 줄넘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다이어트?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전화가 온다. 아빠, 빨리 내려와 달라고. 왜? 하여튼 내려오란다. 그래서 내려갔다. 자기가 줄넘기하는 모습을 봐 달라는 것. 그래서 봤다. 깜짝 놀랐네. 엄청 잘하잖아? 완전 쌩쌩인데? 줄넘기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내 입에서는 감탄사가 계속 흘러나왔다. 나는 딸처럼 줄넘기를 두 번씩 쌩쌩 돌리지 못한다. 그저, 줄넘기는 한 번씩 평화롭게 하는 것;;;



딸은 쌩쌩하다. 딸에게 말했다. 아빠는 기분이 좋다고. 자식이 부모를 능가하면, 부모는 무조건 좋고 즐겁고 기쁘다고.




2022-06-19

42.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는 농담은 하지 않는다.


일요일 아침 정독도서관 가는 길에 딸과 충돌했다. 충돌했다기보다는 내가 일방적으로 화가 나서 딸을 도서관에 내려놓고서 그냥 헤어졌다. 차를 회사에 세워둔 다음 어슬렁거리면서 국립중앙도서관에 들어갔다. 거기 테라로사가 있었다. 독서하기 완전 좋은 카페였다. 일단 이 건물이 훌륭하다. 내부 공간이 시원시원해서 좋다.


이곳을 아지트로 삼아야겠다.

이미 터 잡고 일하는 노트북들이 많았다.


딸과 충돌한 것은, 동일한 이유로 늘 반복되는 일상의 한 단편이기도 하지만, 농담 때문이었다. 딸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부터 나는 세 가지를 강조해 왔다. 첫째 인사를 잘할 것, 둘째 공부할 때에는 겸손하게(자세 바르게), 셋째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는 농담을 하지 말 것. 이 세 번째가 늘 문제다. 이게 한두 번 충돌한 게 아니다. 아빠는 예민하거든! 이제는 딸이 학교 친구들한테도 그런 기분 나쁜 농담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딸은 절대 그러지 않다고, 무슨 말이냐고 말한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아빠한테도 기분 나쁜 말로 놀리지 말라고. 아빠도 그런 농담 싫다고. 아빠는 타인에게 그런 농담 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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