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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Jul 27. 2022

이공계 ㅋㅋㅋ 칸트철학 요약

개발자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순수이성비판> 이야기

<순수이성비판> 전반부를,

이공계 출신들이 이해하기 쉽게

요약합니다.


가장 기초적인 기계로 디지털 카메라를 생각해 보지요.


디지털 카메라는 감각기관을 통해 대상을 수용합니다. 이때의 과정은 이미지 센서가 대상object을 센싱한 다음 기계가 처리할 수 있도록 미리 정해진 형식인 디지털 신호로 변환합니다. 칸트 철학으로 말하자면 이미지 센서는 ‘감성Sensibility’이며, 이미지 센서의 센싱을 ‘감지perception’라 합니다. 감지는 대상을 아는 게 아닙니다.


카메라로 사과를 찍으면


외부 대상(위 이미지는 사진이 아니라 그림입니다만;;;)을 감지하게 되고, 이는 외부 대상을 기계의 공간으로 가지고 오는 것이며, 그 공간은 0과 1로 이루어진 바이너리 코드(이진코드)입니다.



칸트철학 용어로 설명하면, 기계가 대상의 윤곽을 알도록 하는 위와 같은 바이너리 이미지를 ‘표상Representation’으로, 대상에 대한 바이너리 코드를 만드는 작업을 ‘직관Intuition’으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에서 표상과 직관은 0과 1을 연결하는 순수한 형식에 불과합니다. 바이너리 코드 세계에서 표상된 대상을 ‘현상Appearance’이라고 부릅니다.


이번에는 이미지가 정지영상이 아니라 동영상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이미지 다발이 생깁니다. 그것은 바이너리 코드 세계(디지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표상 다발(잡다)’입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찍은 외부 대상은 디지털 카메라 '내부에서' 표상 다발로 이루어진 현상으로 바뀌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이 현상밖에 모릅니다(물론 디지털 카메라는 기계일 뿐 컴퓨터는 아니기 때문에 현상에 대한 ‘판단Judgement’ 작업을 하지는 않습니다). 카메라 내에서 표상 다발은 ‘연결Synthesis’돼서 하나의 파일로 만들어져 하며(이걸 순수이성비판에서는 '종합적 통일'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다음 비디오 형식으로 변환되기 위한 ‘복제Reproduction’ 절차를 거칩니다. 이러한 디지털 카메라의 원리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칸트 할아버지가 말하려는) ‘감성’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이 정도 설명하면 껌으로 알텐데요… 계속 가 봅니다.


이번에는 고차원의 컴퓨터를 생각해 봅니다. 이미지 처리를 행하는  컴퓨터는 인간 두뇌와 비슷한 작업을 합니다. m4v 파일 형식의 비디오 파일을 컴퓨터는 수용합니다. m4v 파일은 바이너리 코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컴퓨터가 해당 파일을 감지할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에 m4v 파일을 처리할  있는 형식이 ‘미리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해당 파일을 실행할 수는 없습니다. 컴퓨터가 대상을 이해하고 판단해서 파악하려면 바이너리 코드만 있어서는  됩니다. 플로우(flow)라는 형식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플로우를 처리할 프로세서 있어야 합니다. 여기까지 칸트철학이 해설할  있습니다^^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말하는 인간 두뇌에 대한 주장의 핵심은, 인간이 '대상을 판단하려면’ 그런 판단을 가능하게 할 형식이 인간 두뇌에 '미리' 갖춰져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그걸 칸트는 ‘선천적(a priori)’이라 했습니다. 컴퓨터의 플로우에 해당하는 개념을 칸트는 ‘시간이라 불렀습니다. 플로우가 정해진 바이너리 코드는 시간과 공간입니다. 시간은 프로세서에 대한 것이고(따라서 ‘내감Inner Sense’입니다), 공간은 바이너리 코드에 대한 것입니다(따라서 ‘외감Outer Sense’입니다). 프로세서는 ‘지성Understanding’이며, 프로세서가 실행하는 소프트웨어는 ‘범주Categories’ 규칙이고, 데이터는 인간의 경험지식 대응합니다. 그리고 프로세서가 정해진 형식에 따라 하는 모든  연결해서 실행하는 데이터 처리는 인간 두뇌의 자기의식 활동인 ‘자각Apperception’ 대응합니다.


형식은 이미 갖췄지만 데이터가 없으면 컴퓨터는  깡통입니다. 마찬가지로 감성의 형식(시간/공간) 지성의 형식(범주) 인간이 미리 갖췄지만 경험이 없으면 인간 두뇌는 생각할  없습니다. 인공지능이란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처리 활동이며, 이는 칸트철학에서 인간 두뇌의 지성 형식인 범주가 직관(표상) 적용되는 활동에 대응합니다. 이것이 칸트가 순수이성비판 전반부에서 말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인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는다면, <초월적 감성학>은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를 비유해서 읽으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초월적 논리학>은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원리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실로 컴퓨터의 컴 자도 몰랐던 260년 전 칸트가 마치 컴퓨터의 원리를 알고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것을 보고 나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 번역으로는 감탄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의미가 전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카이스트에서 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영어 판본으로 순수이성비판을 번역하면 훨씬 나을 겁니다. 한편, 학자들의 용어로는 perception은 지각, Synthesis는 종합, Apperception은 통각, Reproduction은 재생, a priori는 선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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