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문장으로 순수이성비판 안내
새롭게 매거진을 만들었어요.
이 매거진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려고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당최 알아들을 수 없다며 길을 잃거나 화가 나신 분들을 돕고자 합니다. 제가 준비한 기사가 매우 많아요.^^ 하나씩 공유하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브런치에 칸트에 대해 많이 썼어요. 그중에는 맞는 얘기도 있고,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얘기도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 내서 알맞게 수정하고, 이 매거진으로 옮겨볼까 합니다.
<순수이성비판>은 다음과 같이 12개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요약문을 하나씩 설명할 기획가 있을 것 같아요. 모두 유튜브 영상으로도 제작해 볼 생각이고요.
1. 세상은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전자는 내용이라 하고, 후자는 형식이라 한다. (형이상학)
<형이상학>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학자들마다 얘기가 조금씩 달라요. 칸트의 철학분류와 정의로 형이상학을 알아보지요. 철학의 기초 편입니다. 알아두면 매우 유용합니다.
2. 여러분, 우리 인류의 머리를 한 번 열어보겠습니다. (논리학과 형이상학의 만남)
칸트의 형이상학 입문(즉, 순수이성비판)은 이 세계를 직접 탐구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인간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의 형식에 탐구하는 오래된 학문이 있었습니다. 논리학입니다. 결국 순수이성비판은 형이상학과 논리학의 만남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한국인 독자에게 어렵지요. 왜냐하면 우리는 논리학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낯선 것입니다. 게다가 용어도 순 일본식 한자어로 번역되어 있고요;;;
순수이성비판에는 아주 유명한 표현이 있습니다. <선험적 종합판단>입니다. 논리학 표현입니다. 그 의미는는, 우리가 경험을 통해서 경험 데이터를 머릿속으로 가지고 올 때, 여러 가지 경험이 연결되어 하나로 합쳐지는데, 그런 경험 데이터를 연결해서 판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우리들 머릿속에 이미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음 영상에서 쉽게 해설합니다.
3. 데이터 없는 알고리즘은 공허하고 알고리즘 없는 데이터는 맹목이다. (경험과 개념의 만남)
아주 옛날 학생 시절에,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라는 칸트의 명언을 읽는데 뭔 말인지 잘 모르겠고, 또 그걸 이해했다 해도 금방 까먹고 헷갈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저 문장은 <순수이성비판> 전반부에서 핵심적인 한 문장입니다. 그걸 영상으로 아주 자명하게 설명해 봤습니다. 사실상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18세기 버전의 인공지능 기술임을 우리가 함께 알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mHQF2dwdao
4. 감성의 형식은 ‘시간’과 ‘공간’이다. (칸트의 매우 독창적인 발상)
5. 지성의 형식은 ‘범주’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계승)
6. 이성의 형식은 ‘이데아’이다. (플라톤 철학 계승)
순수이성비판에서 이성의 형식을 다루는 절이 <초월적 변증론Tanscendental Dialectic>입니다. 이때의 변증Dialectic의 의미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햇갈릴 겁니다. 왜냐하면 변증법이라 하면 우리는 헤겔 선생의 정반합을 떠올리거든요. 그러면 낭패입니다.
변증법이란 무엇일까요? 이분이 말씀하는 변증법과 저분이 말씀하시는 변증법이 달라요. 그래서 좀 확실히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https://youtu.be/sK4Ua_FMsZA
7. 인간 이성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순수이성에 대한 양비론)
8.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신성함’이 있다. (서양 정신세계의 영성)
9. 이성은 수양이 필요한데 그것은 이성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오류가 꽃임을 깨닫는 것이다.(초월적 방법론)
10. 경험이 순수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만든다. (순수이성 과대평가 금지)
11. ‘초월’이란 인간 개개인의 경험을 뛰어넘어 우리가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만나는 것. (초월의 의미)
순수이성비판에서 650회 정도 나오는 Transcendental이라는 단어는 본래 ‘어떤 한계를 넘어서는’이라는 뜻이고, 말하자면 ‘경험의 한계를 초월한’이라는 의미입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유념해야 합니다. 헷갈리면 안 됩니다. 우리 인류는 각자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차이가 납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경험의 장벽이 있습니다. 칸트는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의 벽을 넘어설 수는 없을까요? 만약 경험의 한계를 초월한다면, 당신과 나는 다같이 ‘인류’이고, 차이가 없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칸트가 말하는 '초월'(Transcendental)입니다. 경험의 한계를 초월했으니까, 결국 ‘인류 공통의’라는 뜻과 거의 정확히 일치합니다.
다시 말하면, 인식주체에 관해 사용하는 말로
<초월>은 ‘인류 공통의’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가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경험할 수 없는 대상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그런 대상은 인간이 알 수 없습니다. 그걸 ‘물자체’라 합니다. 신, 내세의 삶, 우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칸트는 그걸 <Transcendental>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건 <Transcendent>라고 칭했습니다. 자, 비슷한 단어가 두 개 나왔어요. <트란센덴탈>과 <트란센덴트>. 둘 다 ‘경험의 한계를 초월한’이라는 뜻을 갖습니다.
인식 주체에 관해서 경험의 장벽을 넘어섰다는 의미로는 <초월>이고, 그때의 의미는 ‘인류 공통의’라는 뜻입니다. 인식 대상에 관해서 경험의 한계를 초월한 대상/존재에 대해서는 <트란센덴트>, 즉 초경험적입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충분히 깊이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 순수이성비판은 초월적 관념론이자 동시에 경험적 현실론이다. (칸트철학을 오해하지 말 것)
칸트 철학이 갖는 인류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아래 영상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완전 맞는 얘기만은 아니겠습니다만,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