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자
“빵쟁이가 뭘 알겠어요? 그냥 빵을 만들 뿐이지.”
동네에 신기한 빵 가게가 있다. 빵은 평범하다. 비싸지도 않은 빵을 판다. 특별히 싼 빵도 아니다. 배고플 때 사서 먹으면 맛있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빵이네.’ 정도의 빵을 파는 가게다. 주인 아저씨는 그다지 말이 없다. 가게 주인이 동네 손님에게 으레 하는 정도의 인사만 한다. 그런데 가끔 빤히 쳐다 본다. 그러고는 쓸데없이 불길한 말을 할 때가 있다. “오늘 사람들 만나는 무슨 특별한 약속이라도 있어요?”라고 묻는다. (응? 왜 물어? 자기가 뭔데?)
“아니, 없어요. 왜요?”
“지하철 시청역에 갈 일 없죠? 아무래도 거기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네?”
“아녜요, 아녜요. 그냥 어젯밤 꿈자리가 사납다라고나 할까… ”
(아저씨 꿈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야? 웃기네.) 그런데 그날 저녁 난리가 났다. 시청역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뉴스를 접하자마자 그 아저씨가 생각났다. 뭐지? 나를 빤히 쳐다보며 환하게 웃을 때도 있다. 어느 금요일이었다. 아저씨는 내게 빵을 넘기면서 “이 다음에 성공해서 지중해에 가겠네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음날 나는 복권에 당첨돼서 크루즈 세계여행을 다니는 꿈을 꿨다. 나는 복권방에 가서 복권을 샀다. 그러나 꽝이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았다. 특별히 말을 섞지 않는다. 맛이 있지도 없지도 않는 그런 흔한 빵을 사고파는 관계가 지속됐다. 그러다가 송서훈 아저씨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은 반 년 후의 일이다. <당신보다는 예의범절을 아는 모임> 자리에서였다. 이 모임은 자칭 대한민국 최강의 호구들이 모여서 수다나 떠는 모임이다. 재능만을 말하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다들 은밀히 접근하지만, 몇 번 교류한 다음에는 반드시 손절당하는 돌연변이들이 있다. 그런 재능을 보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마블의 뮤턴트 아니냐며, 이야 대한민국 어벤저스 나왔네라고 극찬한다. 보통은 그런 반응이다. 그러나 이 모임 사람들은 이제 입발림에 속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가 걔네들보다는 예의범절을 알지.’, ‘우리가 예의 없으면 시체지.’, ‘예의 없었으면 우린 벌써 깜빵행이야.’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임 이름이 저렇게 됐다. 멤버는 모두 한 가지 이상의 초능력이 있다. 그때 송서훈 아저씨가 자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미래를 볼 수 있어.”
“오!” 다들 환호했다. 그러고는 일제히 묻는다. “문제는?”
“문제는 진실을 알지 못한다는 거야. 미래를 볼 수 있기는 해. 그런데 실현되지 않는 미래도 보인다는 거야. 평행 우주의 미래일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난 그걸 구별하지 못해. 다른 사람 꿈속에 나온 이야기를 미래에서 실제로 생긴 일로 착각하기도 한다니까. (웃음) 물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크게 성공하기도 했지. 하지만 완전 망하는 건 시간 문제였어.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했고, 경찰에 끌려가는 건 다반사였고… 내 별명이 뭔 줄 알아? 뻥쟁이. 평생 ‘뻥쟁이’라는 말만 들었네. 어느 날 뻥쟁이는 뭘 먹고 살아야 할까 고민했지. 뻥쟁이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 뭘가 생각하다가 단어 하나가 떠오르더라고. ‘빵쟁이’ 그래서 지금은 빵을 만들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