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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Oct 19. 2019

빛을 좀 아는 사람들

22호 | 문과도 이해하는 과학이야기


빛을 좀 아는 사람들


태초에 빛이 생긴 이후로, 빛은 어둠을 쫓아내는 진리의 메타포였습니다. "밝음"을 뜻했지요. 플라톤(428~348 BC)도 <국가론>에서 동굴을 비유하며 빛을 진리로, 어둠을 어리석음으로 상징했지요. 빛은 우리 눈을 트이게 하는 "밝음"입니다.


여러분, 그런데 그 밝은 빛이란 무엇입니까?


빛은 알갱이(particle)라고, 옛날 뉴턴(1643~1727) 천재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이작 뉴턴 경께서 그렇다면 그런 거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뉴턴이니까요. 근대 과학의 아버지잖아요. 게다가 프리즘을 이용해서 무지개를 보여준 사람이 바로 뉴턴입니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빛은 알갱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토마스 영(1773~1829)이 물리학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 중의 하나인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빛은 알갱이가 아닌 파동(wave)임을 밝혔습니다. 알갱이라면 뒤에 있는 판자에 간섭무늬가 생길 리 없으니까요. 얼레리꼴레리. 뉴턴이 틀렸대요. 빛은 흐름이네요!




19세기에는 천재 물리학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빛이 파동임을 알겠는데 그게 무슨 파동이냐고요? 궁금하잖아요. 우선, 맥스웰(1831~1879) 할아버지가 1865년 4개의 유명한 방정식을 드라마틱하게 제시하면서 빛의 본질은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 보통 EM이라고 부름)임을 겁나게 자세히 밝혀냈습니다.


맥스웰 할아버지는 빛은 이런 거라고 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은 전자기파.


아아, 나는 대학교 때 맥스웰 방정식을 공부했으면서도 그게 ‘빛’에 관한 것이었음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단순한 ‘전기’와 ‘자기’에 관한 것인 줄 알았지요. 그게 빛에 관한 얘기였다는 걸 생각도 못했네요. 물론 나도 변명거리는 있습니다. 대학교 때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불량학생이었다는… 불량학생이라는 게 변명거리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위 그림에서 파장(Wavelength)이 궁금해지지요. 이 전자기파는 어쨌든 빛이니까 빛의 속도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파장이 크면 위아래의 흐름(주파수/진동수)가 완만해질 테고, 파장이 작으면 정신없이 위아래를 왔다갔다하며 앞으로 전진하겠지요. 물리학자들은 이 빛의 파장이 궁금해졌습니다. 맥스웰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전기쟁이라면 그 이름을 모를 수 없는 키르히호프(1824~1887)라는 분이 있었지요. 전기회로에서 키르히호프 법칙은 아주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 분이 흑체(Black body) 이론을 연구했답니다.


흑체?


설마요. 흑형이나 흑누나의 몸은 아닙니다.


당시 빛은 “밝음”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적외선이 발견됐습니다. 자외선도 알게 됐고요. 적외선과 자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고 “밝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요. 이거 아주 놀라운 발견이지요. 빛은 그저 파장이 다른 전자기파가 빛의 속도로 전진하는 파동(흐름)인데, 그중 일부 파장에서만 밝을 뿐이었고, 우리가 아는 빛은 그저 가시광선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던 겁니다.


그러면서 드디어

빛에 대해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빛은 매우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파가
스펙트럼으로 이뤄져서는
연속해서 쏟아져 나온다고 말이지요.


쏟아져 나오려면 먼저 쏟아져 들어간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물리학자들이 <어떤 상상속 물체>를 생각했습니다. 모든 파장의 파동을 조금도 반사시키지 않고 몽땅 흡수해버리는 물체를 말이지요. 밝음(가시광선)도 흡수하는 것이지요. 밝음까지 흡수해 버리니까 결국 그 물체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주 깜깜하지요. 그래서 그 상상속의 물체의 이름이 바로 흑체(Black Body)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건 아니고 그저 "컨셉"입니다.


그런 다음 또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모조리 전자기파를 흡수했으니까 어느 시점에서는 모조리 방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빛은 모든 파장으로 사방으로 방출될 것이고, 또 그러면 그 파장범위만 살펴보면 빛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되겠습니다. 이런 특성을 갖는 물체를 흑체라고 하고, 이런 흑체가 사방으로 방출하는 빛을 뭐라고 하냐면,


전자기 방사선(Electromagnetic radiation. 보통 EMR이라고 부름)이라고 합니다. 빛은 모두 방사선이지요. 파장이 짧은 감마선에서 파장이 매우 긴 라디오파(전파)까지 그사이에 있는 가시광선까지 모두 방사선입니다. 흑체가 모두 뿜어낸 빛의 전자기 방사선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속하는 스펙트럼이지요.


이 모든 전자기파가 모두 빛입니다.
"전자기복사"라는 말도 씁니다. 도대체 뭘 복사하는데? 라고 생각하시겠지요. 複寫가 아니고 輻射라는 단어입니다. 이 시대에 그런 한자를 아는 사람은 없지요. radiation은 복사선이라고 하지 않고 방사선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흑체복사"라는 말은 결국 "흑체방사선"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당시 여러 물리학자들이 유행처럼 이 흑체의 전자기 방사선을 연구했습니다. 연속해서 나오는 방사선이야말로 빛의 실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빛의 본질이란 어두움을 몰아내는 밝은 것(가시광선)으로만 생각했던 아주 오랜 관념은 이미 무너졌습니다.


빛이 밝음이라고? 왜 그래? 순진하게.
아주 깜깜한 흑체한테 빛의 본질을 물어 봐. EMR이 실체이고 본질이야.

당시 열역학이 대유행중이었습니다. 빛은 에너지입니다. 그런데 그 에너지의 총량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오스트리아 천재 볼츠만(1844~1906) 할아버지 등장. 지도교수인 슈테판 교수와 함께 흑체의 에너지는 절대온도의 네제곱이야라고 말했습니다. 빛을 방출하는, 즉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물체가 무엇이든, 그 물체의 특성과는 상관없이 모든 파장의 전자기파 에너지합은 온도의 네제곱에 비례한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에너지와 온도의 관계는 알겠어요.

그러면 에너지와 파장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이게 어려웠어요. 연구를 해봐도, 뭔가 자꾸 실패했어요.(이론과 실험의 불일치, 이거 설명하려면 그래프와 수식이 막 나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므로 생략합니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이가 있었으니 막스 플랑크(1858~1947). 플랑크 상수의 그 플랑크입니다.



플랑크가 말하기를, 이 연속하는 흐름인 전자기 방사선은 에너지를 갖는데 그 에너지는 숫자x숫자로 정해진다는 매우 놀라운 수식을 발표했습니다. E=hv. (여기에 자연수를 곱함) 그러니까 에너지는 플랑크상수 곱하기 진동수(주파수라고도 합니다. 이 진동수는 빛의 속도를 파장으로 나눈 값입니다. 이것도 그냥 숫자입니다). 이러면 안되지요. 빛은 파동이라고 했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맥스웰 방정식이라는 그 유명한 수학식으로 규명된 전자기파라면서요. 그러면 흐름이잖아요?


빛이 흐름이라면,
빛은 연속해서 에너지를 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숫자x숫자는 숫자잖아요.
게다가 거기에 자연수를 곱해요.
그러면 연속할 리 없는 거고요.


막스 플랑크는 빛이 전하는 그 에너지는 숫자로 환산될 수 있는 어떤 양으로 이루어진다고 발표했습니다. 양이니까 그걸 양자(quantum)로 표현했습니다. 마이너스 플러스(음양)의 양이 아니라, 양 좀 많이 주세요 할 때의 양입니다. 이게 물리학을 발칵 뒤집어 버렸지요. 빛은 파동이라고 믿었던 19세기 모든 노력과 성과를 흔들어버렸습니다.


양자는 결국 알갱이잖아? 뭐야 대체?


이때, 아주 적절한 시기에 아인슈타인(1879~1955) 등장하셨습니다.


플랑크의 양자가 맞네. 빛을 물체에 쏘니까 전자가 튕겨져 나가네. 빛은 다시 알갱이(입자)였어. 광전효과라고 불리는 이 유명한 논문으로 아인슈타인 노벨상 받으십니다. 물론 막스 플랑크 할아버지도 노벨상 받으셨어요. 아인슈타인은 그냥 천재라고 하지요. 막스 플랑크는 천재는 아니래요. 노력형 연구자라고 합니다. 아인슈타인 본인 말로는 자기도 천재라기보다는 노력형이라고 했대요. 어쨌든,


이 양자를 사람들이 나중에 포톤(photon)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국어로는 “광자”라고 합니다. 빛알갱이지요. 그러니까 양자는 광자입니다. 포톤(양자)은 물체에 빛의 에너지를 전하는 최소 단위입니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당연하죠. 빛알갱이니까요) 질량은 0입니다. 질량도 없으면서 에너지를 물체에 전달합니다.


정리하자면, 좀 웃긴 얘기고 그 까닭을 알 수는 없지만, 빛은 파동이면서 동시에 신비로운 입자입니다. 연속하게 흐름과 동시에 불연속하게 나타납니다. (이게 말이 되냐고요!!) 빛은 전자기파이면서 동시에 포톤이라는 이름의 양자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양자역학이 시작됩니다.
(이하 생략)


빛을 좀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물론 극히 일부만 소개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사람보다 더 많은 19세기 물리학자들이 눈에 안 보이는 컴컴한 빛의 속성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을 다 소개하려니 길어지고, 또 그렇다고 지금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니까, 이만 생략하겠습니다. 이상, 빛을 좀 아는 사람들과 그들의 업적을 얕은 수준으로 알아봤습니다. 대략 이런 수준으로 20세기 양자역학을 소개하겠습니다.




위와 같은 설명이 좀 도움이 되셨나요?

이해는 되셨나요? 영상을 만들어 봤어요.

영상으로 다시 정리해 보세요!!


https://youtu.be/eF3BPqBzh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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