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호 | 문과도 이해하는 과학이야기
기계는 우리 인류의 뼈대이자 근육입니다. 기계가 없다면 인류는 석기시대로 돌아가겠지요. 그러면 근육의 힘만으로 힘겹게 노동해야 합니다. 기계는 우리에게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을 줍니다.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겠지요. 세상에는 다양한 기계가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 기계 부품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물건들입니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잘은 모르지요. 헷갈립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발명상담을 하고 또 그 발명내용을 글로 잘 정리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나둘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물론 많이 아는 것은 아닙니다.
기계요소에는 여러 분류가 있는데, 오늘 소개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것'과 '저것'을 바싹 고정해주는 기계요소. 이것을 "함께 하자 기계요소"라고 표현해 보겠습니다.
둘째, '이것'이 '저것'에 힘을 전해주는 기계요소. 이것을 "함께 가자 기계요소"라고 표현하겠습니다. 학문적인 표현은 당연히 아니지요. 그냥 그렇게 표현해 봤어요.
볼트Bolt. 너트Nut, 와셔Washer
두 개 이상의 물체를 꽉 고정해주는 녀석들입니다. 조임 수단이지요. 대체로 금속(철과 2% 이하의 탄소 합금인 스틸 steel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와셔는 흔히 보기는 했겠지만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있겠군요. 볼트는 대체로 나사산(screw threads)이 있지요. 볼트와 너트는 한 쌍입니다. 너트는 대체로 육각형 또는 사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볼트는 남자(male member)고 너트는 여자(female member)입니다. 와셔는 납작한 링입니다. 볼트의 머리와 물체 사이에, 너트와 물체 사이에 끼우는 녀석입니다. 조임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그리고 볼트와 너트의 강한 조임이 물체에 더 넓게 퍼지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스크류 Screw
흔히 "나사"라고 부르는 스크류는 볼트와 너트보다는 더 널리 사용되는 기계요소입니다. 금속으로 제작되고 여러모로 볼트와 유사하지요. 볼트는 물건 안으로 삽입되어 그 물건 바깥 반대쪽으로 나옵니다. 거기서 너트와 만나 체결됩니다. 반면 스크류는 물건 안으로 삽입돼서 그 물건 바깥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너트가 필요하지 않지요. 스크류의 머리는 다양한 형태이며, 스크류 머리에 맞게 적절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리벳Rivet
리벳을 '대갈못'이라고도 합니다. 리벳은 '이것'과 '저것'을 아주 영구적으로 고정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입니다. 그런 점에서 스크류나 볼트와는 다릅니다. 스크류나 볼트는 해체할 수 있지요. 그러나 리벳팅을 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래서 견고한 철골 건축물이나 교각에는 리벳이 많이 쓰입니다. 철판을 연결할 때에는 예외 없이 리벳이 쓰이지요. 다양한 종류의 리벳이 있지만 널리 사용되는 리벳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렇게 기다란 것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이지요? 리벳을 두 개의 금속판 사이에 집어넣은 다음에 리벳팅을 하면 기다란 막대 부분이 끊겨나간답니다. 그래서 리벳을 사용하려면 전용 도구인 리벳 펀치를 사용합니다. 리벳 펀치를 사용하여 리벳팅을 할 때의 원리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리벳을 삽입한 방향 반대쪽이 삽입한 쪽으로 당겨지면서 리벳 머리가 표면에 고정되고, 리벳 다리가 잘려나갑니다.
교각이나 철골 구조물에는 리벳을 다닥다닥 박아 넣습니다. 많이 본 적이 있었을 거예요. 금속 패널에 박혀 있는 동그란 머리가 리벳입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힘을 전해주는 기계요소로 대표적인 물건이 기어Gear입니다. 중국에서 기원전 4세기에 기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기어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톱니바퀴가 있지요. 치아라고도합니다. 기어는 이쪽에서 발생하는 힘(토크)을 저쪽으로 전합니다. 대표적인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편, 이쪽 기어가 한 번 회전할 때 저쪽 기어는 몇 번 회전하는가("기어비")를 잘 조정하면, 기어를 이용해서 회전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회전 방향을 바꾸는 것도 물론이고요.
스퍼 기어Spur gear
톱니바퀴 기어 중에서 가장 단순한 평기어입니다. 기어 하나(드라이버 기어: 원동기어)가 시계 방향으로 돌면, 맞물린 다른 기어(드라이븐 기어: 종동기어)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돕니다. 두 기어의 축(shaft)은 서로 평행합니다. 그리고 톱니도 평행합니다. 회전 속도가 크지 않다면야 아주 매력적입니다만,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 문제이지요. 소음이 커집니다.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야 이 스퍼 기어가 단순하고 좋지요. 스퍼 기어는 세탁기에 널리 사용되는 기어입니다. 세탁기의 회전속도가 그렇게 빠른 건 아니니까요. 너무 빠르게 돌면 옷이 찢어집니다. 스퍼 기어는 수력이나 풍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어로도 사용됩니다. 그런 곳에서는 소음이 중요할 리 없으니까요.
헬리컬 기어Helical Gear
스퍼 기어와 달리 톱니가 나선형입니다. 맞물리는 기어 톱니가 비스듬한 각도로 되어 있습니다. 스퍼 기어보다는 회전력을 전하는 능력이 뛰어난 데다가 더 부드럽고 더 조용히 토크를 전합니다. 헬리컬 기어는 모든 차량의 트랜스미션에 널리 사용되는 기어입니다.
베벨 기어Bevel Gear
회전 방향을 바꾸는 기어입니다. 스퍼 기어와 헬리컬 기어는 샤프트(축)가 서로 평행했습니다. 베벨기어는 두 샤프트가 대체로 90도입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꿀 수 있지요. 맞물리는 톱니를 스퍼 기어처럼 평행하게 만들 수 있고, 헬리컬 기어처럼 각도를 갖도록 맞물리게 할 수 있습니다. 전자를 스퍼 베벨 기어라 부르고 후자를 헬리컬 베벨 기어라고 합니다. 자동차에서 엔진의 토크를 바퀴로 전달하되 곡선주행 시에 바깥쪽의 바뀌가 더 빨리 회전하도록 도와주는 차동기어(Differential gear)는 대표적인 베벨 기어입니다.
웜 기어Worm Gear
위 세 가지 기어에 비하면 특별한 기어입니다. 스크류로 이루어진 웜(위 동영상에서 위쪽에서 회전하는 부분))과 톱니바퀴를 가진 기어(휠)로 이루어졌습니다. 이게 특별한 이유는 웜이 톱니바퀴 휠을 회전시킨다는 것입니다. 회전속도는 감속합니다. 반대로 톱니바퀴 휠이 웜을 회전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역방향은 불가능하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방향이 통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엘리베이터에 사용됩니다. 컨베이어벨트나 출입문에도 사용되는 기어입니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Worm_Gear.gif#/media/File:Worm_Gear.gif
랙 앤 피니언Rack and pinion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꿔주는 기어입니다. 톱니가 있는 피니언을 회전시키면 피니언에 맞물려 있는 랙이 직선으로 움직입니다. 특히 자동차의 스티어링 메커니즘에 사용합니다.
풀리와 벨트Pulley and Belt
위에서 살펴본 기어는 서로 회전하는 녀석들이 "맞물리는 관계"입니다. 서로 아주 꼭 껴안고 있는 관계이지요. 그런데 서로 떨어져 있어서 맞물릴 수가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회전을 전할 수는 없을까요? 있지요. 대표적으로 벨트와 벨트 풀리입니다. 기어를 사용할 수 없다면 벨트를 사용합니다. 이때 축과 연결돼서 회전하는 녀석을 풀리라고 부릅니다. 풀리에 감겨 있는 녀석을 벨트라고 부르고요. 벨트 대신에 로프, 체인, 케이블 등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요.
자동차 엔진에서 토크가 발생합니다. 엔진 축이 몹시 빠른 속도로 회전하지요. 그 엔진 크랭크(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꿔주는 기계요소입니다) 축 끝에는 풀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크랭크 축 풀리에 타이밍 벨트의 한쪽이 감겨 있고, 타이밍 벨트의 바른 쪽 끝은 "또 다른 풀리"에 감겨 있습니다. "또 다른 풀리"는 알터네이터의 풀리이며, 혹은 콤프레셔의 풀리입니다. 알터네이터는 엔진의 회전력을 전해받아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콤프레셔가 돌아야 에어컨이 작동하고요.
기어나 풀리를 회전시키려면 아주 강한 힘이 필요하겠지요. 옛날에는 사람과 가축의 힘으로 돌렸습니다. 자동차에서는 내연기관(엔진)이 그 역할을 했고요. 엔진을 제외하고 회전력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모터Motor"입니다. 모터는 아주 강력한 회전력을 발생시키는데, 그 힘은 오늘날 대체 어디에서 얻을까요? "전기"입니다. 전기자동차는 엔진이 없습니다. 대신 모터가 있지요. 강력한 배터리로 모터를 구동시켜서 자동차가 굴러갑니다.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는 엔진도 있고 모터도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무식이 탄로 날 것 같아서요.
인간은 기계와 다릅니다. 인간은 인간이고 기계는 물건이니까요. 19세기와 20세기, 두 세기 동안 인간은 하나의 기계라고 확고하게 믿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철학자들이 먼저 그런 목소리를 냈습니다. 유물론 철학입니다. 인간의 신체적 특성과 욕망의 메커니즘을 하나의 기계로 해석하거나 비유해서 철학적인 세계관을 펼쳐냈습니다. 21세기의 엔지니어들은 아주 흥미로운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을 기계로 재해석할 수 있다면, 재해석한 기계적인 특성을 인간 요소로 정의한 다음, 그것을 기계에 주입하는 것입니다. 인간 요소를 갖는 기계, AI입니다.
한편, 우리는 위에서 "함께 하자 기계요소"와 "함께 가자 기계요소"를 살펴보았지요. 이것들의 특징은 서로 다르게 존재하는 물건 1과 물건 2의 관계를 규정하는 기계요소였습니다. 우리 인간에게도 그런 게 있지요. 인간 1과 인간 2를 연결하고 함께하고 함께 가는 그런 요소. 악수, 어깨동무, 웃음입니다. 그러면 기계처럼 우리도 잘 연결되고 맞물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