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디정 Nov 17. 2019

토마토가 채소가 된 역사

24 | 다 같이 모르는 생활이야기

토마토


1893년 인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다룬 관세사건이었지요. 닉스 헤든(Nix v. Hedden) 케이스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무엇이 정의인지 판결로 밝히면서 토마토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토마토는 과일이 아닌 채소라는 선언입니다. 그 후 토마토는 자기 혈통과 무관하게 채소가 되었습니다.

출처: https://www.storyboardthat.com/storyboards/hannahlavoie/nix-v--hedden

남의 나라고 또 백년도 더 지난 얘기라서 사건을 좀 재구성하겠습니다.


존 닉스John Nix라는 사람이 1839년 뉴욕에서 닉스 앤 코(Nix & Co.)라는 과일 회사를 세웠습니다. 서인도제도의 섬에서 과일을 수입해서 팔았습니다. 당시 뉴욕에서 가장 큰 과일판매 회사로 성장했지요.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체스터 아서 대통령이 관세법을 통과시켰는데 이 1883년 관세법에는 이런 규정이 있었습니다. 수입하는 채소에 대해서는 10% 관세가 붙는다. 그러니까 과일에는 관세가 붙지 않습니다.


토마토가 문제였습니다. 관세청 공무원이 토마토를 채소로 보아 10%의 관세를 징수하는 것이었습니다. 닉스 앤 코 입장에서는 미친 행정이었겠지요. 토마토는 채소가 아니라 과일이니까요. 그래서 관세청 징수관인 에드워드 헤든Edward L. Hedden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습니다. 닉스 앤 코는 승소를 확신했을 겁니다. 과학에 따르면 토마토는 과일이니까요.


토마토가 과일임을 증명하는 사전이 증거로 제출되었습니다. 사전은 식물의 꽃 부분이 자라나서 씨앗을 품고 있는 열매를 과일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식물학적으로 보면 토마토는 과일임이 분명했습니다. 씨앗이 있으면 과일로 분류하는 게 과학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패소했습니다. 연방대법원 판사는, 사전은 증거가 될 수 없고 재판하는 과정에서 그 의미를 돕는 정도에 그쳐야 하며, 재판에서 단어의 의미는 사람들이 평범하게 사용하는 의미로 사용되어야 하고, 만약 토마토가 과일이라면 디저트 요리에 나와야 하는데 디저트가 아닌 메인 요리에 토마토가 사용되므로 결과적으로 토마토는 채소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토마토는 과일이 아닌 채소가 되었던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콩, 호박, 오이도 과일이 아닌 채소가 되었습니다. 이런 논리가 재미있지요. 사전 의미만으로 모든 게 정해지는 건 아니지요. 우리 인간사회는.


야생 토마토의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 산맥 부근이라고 합니다. 페루나 에콰도르 지역입니다. 그러다가 중미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멕시코 지역을 통치했던 아즈텍 문명을 들어보셨지요. 거기 사람들이 사용하는 아즈텍어로 "토마틀tomatl"이라는 열매가 있었는데, 이것이 스페인어로 "tomate"가 되었고, 영어로 "tomato"가 되었답니다.



당시 지구촌 곳곳에 식민지 무역을 하던 스페인 사람들이 이 열매를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까지 전했다고 합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던 것 같습니다. 필리핀을 경유해서 중국에 소개되었고, 아마도 조선에도 금세 알려졌을 것입니다. 그때가 16세기 초입니다. (조선은 17세기 초입니다. 그러나 곧 잊혀졌고 20세기 초에 재유입되었다고 합니다)


유럽에 최초로 소개된 토마토는 노란색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최초의 토마토는 투스카니 대공인 메디치 가문에 보내졌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토마토를 "황금 사과"라는 뜻으로 "뽀모도로Pomodoro"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당시 유럽 사람들은 토마토를 먹지 않았습니다. 멋진 장식물로 사용했지요.


토마토를 즐기는 우리 인류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해야겠지요. 이 '채소'를 전 세계에 퍼뜨린 사람들이 스페인인입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적어도 17세기 초 무렵에는 토마토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토마토 요리라고 한다면야 당연히 이탈리아를 빼놓을 수 없지요. 이탈리아는 백년이 넘도록 토마토를 장식하는 데 쓰고 바라보기만 했답니다. 예쁘니까요. 그리고 독이 들어 있는 열매라고 걱정했었답니다. 실제로 토마토의 잎과 뿌리에는 신경독의 일종인 솔라닌이 들어 있으니까요. 그러다가 누군가는 슬쩍 요리를 해먹었겠지요. 어느 시절에나 기근이 있었을 것이고 또 굶주림은 무엇이든 먹게 만드니까요. 1692년에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최초의 토마토 요리법에 관한 책이 발간되었답니다. 그러니까 그 무렵에는 '뽀모도로'가 이탈리아 음식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봐야겠지요.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토마토 생산량은 1억 7천7백만 톤이라고 합니다. 생산량이 많은 국가로 중국, 유럽연합, 인도, 미국, 터키, 이집트 순이라고 합니다. 이집트가 의외네요.


토마토는 현생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채소 중의 하나입니다. 비타민 C과 항산화 성분인 리코펜lycopene의 보고이지요. 날것으로도 샐러드로도 먹고 요리해서도 먹습니다. 



위와 같은 내용의 토마토 이야기를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어봤습니다.

통계도 2016년 통계가 아니라, 

2019년 통계로 바꾸고

1692년 토마토 소스 레시피도 소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6yewvadIoY




매거진의 이전글 기계요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