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디정 Jan 18. 2020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32호 | 문과도 이해하는 과학이야기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마라톤이 아닙니다. 걷거나 뛰다가도 가끔은 쉬어야 하지요. 잠시 멈춰 서서, 지금껏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거나, 내가 가야할 방향이 맞는지, 이전에 살아 왔던 방식으로 그렇게 계속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때가 있지 않습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담론이 갖는 의미가 이런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잠시 멈춰 생각하자는 이야기지요. 무엇을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공론화된 배경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란 21세기에 펼쳐질 사회적이며 정치적이고 문화적이며 또한 경제적인 격변이 도래하였음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런 단어 그 전에 들어봤나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못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이 느닷없이 이 단어를 사용하니까 헷갈리지 않나요?

뭐지? 뭔 말이지?


저도 그랬어요. 뭔 말이지? 갑자기? 4차 산업혁명? 그 뜻을 찾아보면 사람들이 조금씩 다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양자역학"이나 "디지털혁명"처럼,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용어라는 이야기입니다. 어째서 이런 단어가 나왔는지, 그 배경과 의미를 먼저 알아 보지요.


오늘날 회자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정치적인 슬로건으로 이해하시는 게 편리합니다.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라 학문/기술/산업적인 이슈이기는 해도, 우선 이렇게 이해를 해두면, 이야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인 얘기보다는 정치적인 얘기가 더 쉬우니까요.


스위스 경제학자이자 세계경제포럼 의장인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창했습니다. 눈부신 기술 발전의 성과와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비전과 걱정을 섞어서 발표했습니다. 그때가 2016년이에요. 지금이 2020년이고요. 학문적으로 온전히 합의된 용어는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그러기에는 국제적인 공론화가 덜 되었고 시간이 짧습니다. 그런데 2017년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격변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선거와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었지요(2017년 5월 10일).


2016년에 외국에서 처음 사용된 단어가 2017년에 대한민국에서 갑자기 유행하다니, 너무 빠르잖아요? 하지만 이해 못할 건 또 아닌 것 같아요. 세계경제포럼의 담론이 언론을 통해 한국에 소개됐겠지요. 지난 10년 간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걱정인 상황에서, 촛불정국과 대선 시즌이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누군가 대선캠프에서 세계경제포럼에서 이슈가 되었던 <4차 산업혁명>을 정책공약으로 제안했겠지요.



즉,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자는 정부차원의 선언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지요. "미래를 준비하자"라는 말하면 모호하니까, 세계경제포럼의 공신력을 좀 빌린 것이지요.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이란? 미래를 준비해 나가자는 정부의 마음이 담긴 정치적인 슬로건


먼저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정치적인 슬로건'이라고 해서 나쁜 건 아닙니다. 사회를 나쁘게 이끌고자 하는 정치적인 슬로건은 없으니까요.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자"라는 지향점이 있는 게 "창조경제"라는 추상적인 슬로건보다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래에서 살펴보겠습니다만, "이것은 이것이다"라는 식으로 명확히 뜻을 밝힌 다음에 제시된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4차 산업혁명에 속하는 산업/기술이고, 저것은 4차 산업혁명에 속하지 않는 거야."라고 말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속하지 않으면 안 중요한 거야?" 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요. 무엇이건 누군가의 인생을 담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기여하면 다 중요한 산업이니까요. 그냥 마음 편하게 "트렌드 이해하기"로 가요.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자"라는 슬로건이 이게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부의 비전이 담겨 있으며, 정부의 정책과 관련되는 것이어서 많은 이가 이 단어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마다 딴소리를 하니까 이게 도대체 뭔 일인지 헷갈립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https://www.4th-ir.go.kr/4ir/list)는, 4차 산업혁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


아, 이거 모호하네요. '뭐지?'가 해결되지 않고, 다시 뭐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무엇인가를 간단하게 정의해야 하는데, '등'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나오니까 의미가 잘 전해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지능화 혁명"이라는 표현이 헷갈리네요. 모든 산업혁명은 당대에는 모두 "지능화"였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시절의 증기기관은 그 당시 최고의 지능화 아니었겠어요? "디지털 기술"? 이건 3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인데요? 그러므로 결국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정의에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초연결>만 남았습니다. 이건 아래서 다시 다뤄보지요.


4차 산업혁명의 의미에 대해서


 '4차'라는 말이 있으니, 그 이전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다지 어려운 개념은 아니지요. 그저 비교를 위해 필요한 편의적인 구분입니다. 아래 그림처럼,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증기기관이 주도한 18세기 말의 산업혁명이 '1차'를 차지했습니다. 이건 다 아는 얘기지요.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이니까요.



 '2차'는 '전기'가 산업에 등장한 시점입니다. 전기에너지가 증기기관을 대체했으며, 전기 덕분에 무엇이든 안정적이고 정교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전기는 동력을 제공하므로 전기가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3차'는 컴퓨터의 등장과 디지털 기술이 중요한 포인트지요. 컴퓨터가 공장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자 생산력이 놀라울 정도로 혁신되었습니다. 정보혁명이니 디지털 혁명이니 하는 말이 다 이 시대에 나왔지요. 컴퓨터가 사회 곳곳에서 사용되려면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술 요소가 갖춰져야 합니다.


하드웨어인 반도체 기술의 발전
하드웨어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인 데이터 처리기술의 발전
조금 더 먼거리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게 편리하므로 통신 기술의 발전


이른바 "3차 산업혁명" 시절에 이 세 가지 영역 모두 뛰어난 기술진보를 이루어냈습니다. 이때의 기술진보와 혁신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지요. 그러다가 2016년 무렵, 갑자기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3차에서 4차로 넘어가는 임계점 혹은 특이점이 무엇일까요? 무엇을 봤길래 갑자기 디지털혁명, 정보혁명 시대(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창했던 것일까요?


사실, 기술의 본질만 놓고 보자면 3차에서 4차로 넘어가는 임계점/특이점은 없는 것 같아요. 3차 산업혁명의 특징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3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저술한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ikin은 4차 산업혁명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요.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담론이 지니는 의미가 뭐라고요? 그래요, 미래를 준비하자는 슬로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미래를 준비한다는 마음을 생각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그 공론을 굳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예는 어떨까 싶어요. "싸이월드(C)"와 "인스타그램(I)"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그다지 차이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3차와 4차의 구별이 사실 무의미해집니다. 특이한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4차 산업혁명 이야기에 조금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는 웹 기반이었고 I는 모바일 기반입니다. C를 하려면 컴퓨터 앞에 있어야 했지만, I는 언제 어디에서든 합니다. 식사하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지하철에서 화장실 안에서도 I를 합니다. C는 연결하는 알고리즘이 없었지만, I의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사용자를 탐색해서 연결을 시도합니다. C는 한국에서만 유행했지만, I는 글로벌입니다. C는 리얼리티만을 가졌지만 I는 리얼리티뿐만 아니라 포텐셜을 갖습니다. C는 개인정보를 보유했지만 I는 빅데이터를 보유합니다. C는 연결로 인해 사용자에게 경제적인 이득이 없었지만 I는 연결로 인해 사용자에게 경제적인 이득이 생깁니다. C는 플랫폼이 아니었습니다. I는 플랫폼입니다. C에는 운영사업자 외에 다른 경제주체가 참여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경제주체가 I의 플랫폼을 이용합니다. C는 폐쇄적이었습니다. 반면 I는 개방적입니다. 어떤가요?


인스타그램의 사용자는 매월 10억 명에 이릅니다. 국경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지요. 싸이월드와 인스타그램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니 인스타그램에 무슨 특이점이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많지는 않겠지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야기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3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도 괜찮을 것 같고, 그냥 과거에 썼던 "디지탈혁명"이라거나 "정보혁명"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부족한 것 같다면, 우리에게는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니까 대용량의 데이터를 매우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로세서의 성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었으며, 메모리의 저장능력이 크게 증진되었지요. 여기에 디바이스와 디바이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을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 기술이 범용화되어 신호와 데이터가 이쪽저쪽 사방으로 넘나들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사이 스마트폰을 위시한 모바일 기술이 보편화됨으로써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데이터(텍스트/이미지/비디오)를 쏟아내고 있으며, 진보적인 5G 통신망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그런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로 전송하고 수신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든 신속하게 연결하고 신속하게 공유합니다. 통제되기 어려운 이러한 연결을 "초연결"이라고 말하더군요. 이러한 초연결은 국경을 지우면서 "글로벌"한 범위로 확장되었습니다. 한편 서로 다른 디바이스들도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기술들이 접목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터페이스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줬지요. 어렵게 말하면 융합convergence입니다만, 쉽게 말하면 "퓨전"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존에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요리(상품/서비스/기술)가 나온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4차 산업혁명을 다음과 같이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글로벌한 초연결과 상품의 퓨전을 이끌어내는 기술혁신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면서 공유, 개방, 지능화, 탈중앙화/ 분권화 등의 표현도 종종 나오지만, 그게 이 시대만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고, 오히려 오해와 편견을 불러 일으킬 것 같아서 선뜻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데 망설여집니다. 그래서 저는 위에서 언급한, <글로벌, 초연결, 퓨전>이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더 짧은 표현을 원하시나요? 그러면 이렇게 축약하겠습니다.


글로벌한 초연결!


이제 조금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에 대하여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신경망기술, 나노테크놀로지, 유전자 편집, 로보틱스, 3D 프린팅, 가상현실, 증강현실, 헬스케어, 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기술이라고 언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기술들이 더 언급될 수 있겠지요.


이중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이 세 가지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것 같아요. 나머지 기술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나머지 기술까지 포함시키면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는 데 좀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술이야기를 하나씩 다 하면 복잡해지고 헷갈리게 되니까요. 이제 세 가지 기술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엔지니어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어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재주는 없어요. 그러나 이 세 가지 기술 모두 특허현장에서 다뤄봤습니다. 50% 수준의 깊이를 목표로 설명합니다.


빅데이터Big Data


경계없이 초연결된 상태에서는 수많은 사용자들이 네트워크에서 어떤 표현을 합니다. 침묵, 반응, 문법에 맞는 정확한 언어 표현, 문법에 맞지 않은 부정확한 표현과 각종 기호 등으로 다양한 표현들이 쏟아집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표현은 수집됩니다.


수집된 데이터는 어딘가에 저장되지요. 이것이 모두 데이터입니다.  그냥 데이터가 아니라, <빅데이터>라고 표현하는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이런 질문이 생기겠지요. 과거에도 사용자는 표현했으며 그 표현이 데이터가 돼서 수집되지 않았겠냐고요. 맞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지요. 하지만 이 경우, "양이 많아지면 질도 바뀌더라"라는 문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글로벌하게 초연결되기 때문에 데이터의 양이 매우 많아졌습니다. 모바일이 상당한 역할을 했겠지요. 사물인터넷은 더 많은 양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함께 발전했기 때문이지요. 데이터의 양이 아무리 많아져도 그 데이터를 보관해서 분석하는 툴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이 시대는 그런 역량이 생긴 것이지요.


빅데이터 기술이 중요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이렇게 비유하면 어떨까요? 지방도 옆에 고속도로가 하나 생겼습니다. 지방도를 이용하면 운치야 있겠지만 목적지까지 5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목적지까지 1시간 걸립니다. 그러면 목적지까지 가는 데 어떤 도로를 이용할 것을 추천하시겠습니까?


아마도 시장은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넘어갔습니다. 기업은 자신이 정해놓은 성능의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소망과 기호에 맞는 제품을 판매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가능한 까닭은 소비자의 소망과 기호가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가능해졌기 때문이며, 같은 맥락으로 소비자에 대한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좋고 더 많은 빅데이터를 수집해서 그것을 더 정확하게 분석하는 일이야말로 더 매력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홍보할 수 있는 열쇠가 되고, 결국 그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또한 그것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성패를 결정합니다.  시장을 예측해주기도 하겠지요. 말하자면 "빅데이터는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시장만 그럴까요? 국가의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도, 학자들의 연구활동에도, 정치적인 아젠다를 만들 때에도, 빅데이터가 중요해졌다는 이야기지요. 옛날에는 불가능했는데, 지금은 그게 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이것이 인공지능 기술을 가능하게 만든 기반이 되었으며(좀 과격하게 말하면, 빅데이터가 없다면 인공지능도 없습니다), 사물인터넷 기술의 지향점을 주기 때문에 미래 시대에 가장 기초적이며 가장 중요한 기술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니라가 원하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인가요? 적당하게요? 그러면 사실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기술은 공유되며 어느 나라에서나 빅데이터는 수집될 것이고, 거기에 맞게 소박하게 대응하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이런 기업과 앞다퉈 경쟁하고, 미국 실리콘벨리 기업과 자웅을 겨룰 만한 산업을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그러면 우리의 단점을 봐야 합니다. 예컨대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빅데이터의 양은 적은 반면, 그것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언어적인 제한(글로벌 언어가 아닌 로컬 언어이며 언어의 특성상 문법이 복잡하고 비정형어가 많음)이 있습니다. 이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것인가, 이것이 관건이 되겠군요. 너무 뻔한 얘기입니다만, 해결책은 창의성과 결단력이 필요하겠지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인공지능은 어렵지 않지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일단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영화가 많으니까요.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컴퓨터(기계)이지만, 이것이 인간처럼 표현하고 행동하지요. 인간보다 훨씬 대단하고 무섭지요. 이미 영화로 인공지능을 체험한 사람들이 2016년 알파고가 세계정상급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이겨버린 사건을 목격했습니다.


진짜, 영화속 인공지능이 등장하려나 봐!


이런 일반적인 생각이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상상력이 현실을 압도하는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합니다. 만약 그런 시기가 임박하면 더이상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아닙니다. <인류사 대혁명> 시대가 될 것이며, 그냥 다른 시대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인공지능 기술에 너무 많은 것을 상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컴퓨팅 기술이며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분석기술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불과'라고 말하니까 매우 불손해서 AI를 강조하는 분들에게 죄송한 기분이 드네요...)


딥러닝과 인공신경망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고, 또한 상당히 혁신적인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거꾸로 학습할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잘못 학습하면 원하는 성능을 낼 수 없잖습니까. 아주 좋은 알고리즘의 개념을 우리가 얻은 것이지요. 하지만 이 우수한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성능'을 얻으려면 마찬가지로 빅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네요.


빅데이터가 없으면 인공지능은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아요. 적은 데이터에도 거기에 맞는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다만, 거창하지 않을 뿐이지요. 이미지 분석처럼 저장된 데이터와 입력되는 데이터를 비교한 다음, O 아니면 X로 판단하는 것이 결국은 인공지능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각종 센서기술을 이용해서 운전자의 운전을 도와주는 인공지능이 이미 많이 상용화되어 있습니다. 이건 빅데이터가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을 하겠다고 하면 빅데이터와 빅데이터 처리기술이 필요하지요. 사실 특정한 프로그램에 의해 동작하는 컴퓨터 자체가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과거 디지털혁명 시대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좋겠군요.


이 시대에서 특히 많이 연구개발되고 있는 분야는 질의와 응답을 주고받는 언어처리 기술이 탑재된 분야입니다. 높은 수준의 언어처리 기술이 있어야 하고, 정교한 설계와 학습을 위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시리", "지니" 등 다양한 질의/응답 인공지능이 상용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사회를 바꿀 정도는 못됩니다.


현재 '질의-응답'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용되는 분야는  <고객센터> 분야입니다. 기업과 기관의 고객센터에서 하는 인간의 질문이 그래도 가장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서도 사실은 빅데이터가 필요하긴 하지요.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지금의 인공지능이 자유롭게 질의와 응답을 하는 수준이 되려면 실시간으로 대규모 빅데이터가 수집되어야 하고 그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해서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알고리즘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수준이라면 언어의 경계는 없애줄 수 있겠지요. 인간의 언어가 분화되기 시작했다는 <바빌론 신화> 이후에 최초의 언어혁명으로 기록되겠지요. 또 도시마다 자율주행이 가능해지겠지요. 그게 어디입니까? 인공지능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대신합니다.

https://brunch.co.kr/@jwsvddk/71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글로벌한 초연결과 상품의 퓨전을 이끌어내는 기술혁신>이라고 정리해 봤습니다. 이 정의에 가장 어울리는 기술분야가 "사물인터넷(IoT)"가 아닐까요? 사물인터넷은 문자 그대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건(Thing)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기술입니다. 그 물건이 네트워크에서는 "디바이스"가 됩니다. 그 물건에 프로세서 칩,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무선통신모듈, 센서, 메모리를 설치합니다. 그 물건, 아니 그 다비이스를 네트워크에 편입시킵니다.



사물을 인터넷으로 끌여들여 뭐하겠다는 것이지요? 기술적으로는 아주 멀리서 그 물건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으며 그 물건으로부터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됩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것이고요. 인간의 활동은 편리해지겠지요. 물론 부작용 생깁니다. 여러분은 수많은 CCTV에 의해 촬영되고 있으며, 여러분에 대한 데이터가 어딘가에서 수집되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사물인터넷은 서로 다른 디바이스를 퓨전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능하고, 서로 다른 상품/서비스가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시장질서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규제 문제가 생기고요.


사물인터넷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프라를 담당합니다. 공공부문 인프라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저마다 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겠지요. 이미 많이 발전해 있고, 앞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입니다.


(너무 많은 얘기를 한 것 같아요. 지치네요. 급 정리하고 싶어집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부 역할


오지랖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정부의 역할에 대한 언급이 없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얘기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개인에게 말하지만, 개인이 별로 달라질 게 없고 달라지기도 어렵잖아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시대는 "글로벌한 초연결"입니다. 기업들은 능력이 있건 없건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성장하기 위해서 스스로 알아서 시대의 조류에 정성껏 고심하고 적응하게 마련입니다. 누가 조언해주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은 세계 톱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사물인터넷 기술의 경우, 조금 더 나은 상황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자>라는 슬로건에 맞게 무엇인가를 진흥하려면 결국은 정부의 '매우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주도

2017년 대통령 선거 시절,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정부 주도의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했고, 안철수 후보는 <민간 주도의 4차 산업혁명>이야기를 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민간주도'로는 안 됩니다. 아주 간단한 이유 때문이지요. 한국은 미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기업은 미국기업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경쟁력이 높지 않은데 민간주도로 한다면 몇몇 기업만 살아남을 것 같습니다. 정부가 주도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에서 더 발전하기 어렵겠지요. 시장과 경쟁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부가 시장을 많이 도와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역할? 이게 항상 문제이지요


규제개혁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관련해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등장하게 마련인데, 국가의 규제가 장벽이 될 것입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 다양한 규제가 있고, 이종기술을 융합하거나 새로운 상품/서비스들을 서로 퓨전으로 연결할 때에도 규제 문제가 생깁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마다 규제 문제가 나타납니다. 규제란 대체로 과거에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부정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미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은 정부가 노력 중에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에 대해 기존 규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대표적인 제도이지요.


공공부문 빅데이터 관리 및 공개

단도직입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도 "구글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잖아요? 구글과 경쟁이 될 리가 없지요.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과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알고리즘 기술 수준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도와줘야만 합니다. 가장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빅데이터가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아직 전세계적으로 제대로 탐험하지 못한 영역이지요. 구글의 영향력도 잘 미치지 않는 곳, 거의 데이터의 음지이지요.


바로 공공부문입니다.


공공기관이 339개입니다. 그리고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곳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있지요. 대체로 접근해서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사실 가능하지 않지요.


정부가 공공부문의 빅데이터를 시장에 내놓고, 누구든지 쉽고 요긴하게 활용하도록 한다면, 시장은 상당히 유용한 데이터를 얻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서, 보고서, 논문, 자료집, 규정, 해설서, 공지사항, Q&A 등의 정보는 가장 정확하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겠지요. 물론 보안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대규모 국가 SI 작업을 해야 하므로 천문적인 예산이 들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민간기업에 퍼주기식 다양한 재정 지원을 해줄 게 아니라 수많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실제 사업,  <4차 산업혁명 국가 사업>을 벌이면, 사업이 전개되는 기간 동안에는 민간기업이 현장에서 능력을 키울 것이고, 사업이 종료된 후에는 4차 산업혁명에 최적화된 국가 인프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규모 국가 데이터베이스 센터를 구축/관리/운영하며,

보호할 데이터과 공개할 데이터의 분별 기준을 세우고,

데이터를 극히극히 일부 선별해서 공공데이터포털 웹사이트(www.data.go.kr)에 있는 게시판에 구식으로 업로드하는 현재의 방식이 아니라, 공개할 데이터 모두를 공개하고,

모든 국민이 간단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1개의 "단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정보인프라 사업입니다만, 아, 역시 오지랖이니까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데이터는 자본인가 권리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의 정보를 자기의 적극적인 의사로 네트워크 속에 집어넣습니다. 이름과 얼굴과 직업과 연락처 같은 데이터를 공개하지요. 공개하는 그 장소, 그 시점에서는 그/그녀를 식별하는 데이터입니다. 하지만 이 정보가 빅데이텅 안으로 편입되면 그/그녀에 대한 식별성을 잃습니다. 한편, 자기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데이터가 수집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CCTV가 있지요. 사용자가 공개했지만 자신을 식별할 수 없거나 어려운 데이터도 있습니다. 클릭, 반응(좋아요/싫어요), 신청 행위 등이 그러합니다. 콘텐츠를 구성하는 텍스트도 데이터가 되지요. 이런 데이터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요?


기업들이 빅데이터로 재화를 벌어드리고 기회를 창출한다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내가 만들어낸 데이터는 자본입니까? 지난한 역사 속에서 우리 인류는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법적으로 지켜왔습니다. 인격에 대한 권리도 헌법으로 보장해왔지요. 내가 만들어낸 데이터는 그런 소유권입니까, 아니면 인격권입니까. 국가는 이들 데이터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이해하고 어떤 정책으로 취급해야 좋을까요?


등등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대화와 공론도 필요하고요. 그밖에도 다양한 문제가 있습니다만, 체력과 집중력 부족으로 생략합니다. 사실은 지적인 능력 부족입니다.



최근 코디정이 편집한 책


http://aladin.kr/p/8fLR7

http://aladin.kr/p/6fCKr


매거진의 이전글 기묘한 양자역학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