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보건실에서 전체 메시지가 날아왔다. 유효기간이 지난 손소독제를 폐기하기 전 나눔을 하고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가져가라고 말이다. 학교 현장에서 이제 코로나 19의 지긋지긋한 흔적이 서서히 사라지는 듯하다. 근 3년간 학교 일선에서 누구보다 가장 고생하셨을 분 중 하나인 보건 선생님의 홀가분함이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학교 정문과 현관에서 발열 체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노란 조끼를 입고 근무하시던 방역 요원 분들도 이번 학기를 끝으로 더 이상 모시지 않기로 했다. 이제 정말이지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한 순간이며 '위드 코로나' 등의 단어는 역사책 속에서나 볼 법한 순간이다.
급식실에 자리 잡고 있던 아크릴 판도 2학기가 시작되면서 정말 해체되었다. 두꺼운 칸막이로 인해 학생, 교사 누구랄 것 없이 불편하게 식사를 했어야 했던 순간도 이제는 안녕이다. 평평하고 널찍한 테이블에서 가림막 없이 식사를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했던 나날들. 그래서 그런지 며칠간은 직장동료들과 좀 더 밀착된 순간이 조금 어색하고 낯설었다. 병원, 학교 등 안전상의 이유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현장에서 이러한 조치가 취해진다는 것. 이것은 이제 충분히 그간 흐트러져있던 일상을 재정비하고 마스크 등으로 가려있던 환한 미소를 다시 취해도 됨을 의미하리라.
코로나 기간을 통해 비대면 수업 플랫폼을 많이 활용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동상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전체 교직원 회의는 아직도 비대면으로 진행될 때가 종종 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구글 노트, 패들렛 등의 수업 도구의 존재를 알게 되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이는 지식을 전달하고 배움을 함께 공유하는 측면에서 유용하게 쓰였고 앞으로도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코로나-19를 통해 다소 소홀해졌던 생활지도는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올바른 생활습관형성과 배려, 존중 등의 덕목들은 챗GPT가 직접 바로잡아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3년의 시간이 우리의 일상을 바꿨지만 교육으로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해내야 한다고 본다. 순간이 쌓여서 인생이 되듯이 오늘도 급하지 않게 차곡차곡 가르침을 쌓을 예정이다. '보람'이라는 유일한 선물은 교사만이 오롯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