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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정리

by 홍윤표

2012년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의미 있는 한 해이다. 임용고시를 합격한 해이자 27살 늦은 나이에 입대를 했기 때문이다. 남자로서 가져야 할 직장과 국방의 의무를 겪으면서 갖게 된 강박 아닌 강박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정리' 다.

오늘 못한 정리는 내일 할 수도 있고 그다음 주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과중한 업무는 군대에서 내가 미처 치우지 못한 잔반과 같이 느껴졌고 일단 벌려놓은 것은 매조지해야 하는 병이 생겼다. 물론 다 끝내지 못할지라도 흔적을 남기지는 않아야 한다는 습관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그래서 오늘따라 프라이머리의 '입장정리'가 더 생각이 났나 보다. 2012년 발매된 앨범이자 이때 당시 프라이머리는 메인스트림을 서서히 주름잡기 시작했을 때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시험스트레스에 대한 압박을 털어냈던 때라 그런지 이 트랙에 대한 기억은 꽤 좋은 편이다.


저렇게 열심히 정리하고 나니 육아시간도 지날 정도로 치웠더라. 부랴부랴 집에 갔더니 아이들이 둘 다 장염으로 등원하지 않았고 치워야 할 기저귀, 장난감, 젖병,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스러기가 산더미더라. 아빠로서의 '입장정리'는 언제쯤 편해질까. 이렇게 매일같이 붙어 다니는 식구들 얼굴은 그래도 늘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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