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어린이집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수족구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주는 월요일 아침부터 비바람이 무섭게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아가들은 알록달록한 장화를 신고 화려한 우비도 입으며 즐거워 하긴 했지만 장마 시즌에 두 아이를 등원시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긴 했습니다. 비가 오니 이렇다 할 산책도, 야외 체험 학습도 할 수 없는 허니와 달콤이는 과연 이번주에 어린이집에서 무슨 활동을 하였을까요?
만 3세 반 허니는 '시나몬 스틱 모기 퇴치제' 만들기를 하였습니다. 평소에 집에서도 자주 가지고 노는 클레이를 가지고 예쁜 나만의 화분을 만든 뒤, 시나몬 스틱으로 화분을 장식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시나몬 스틱에는 모기 등의 해충이 싫어하는 특유의 향이 나기에 벌레를 퇴치하는 데 나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아빠를 닮아 땀을 많이 흘리고 설상가상으로 모기가 가장 좋아한다는 O형 피를 물려받은 허니인지라 오늘의 활동은 매우 유익한(?) 수업이라 생각하였습니다. (TMI를 굳이 덧붙이자면 우리 가족 4명 모두 0형이라는 것...)
그리고 자연관찰 교육 일환으로 '옥수수 껍질 벗기기' 체험을 허니반 친구 모두가 진행하는 수업을 하였습니다. 평소에 옥수수를 사 먹어 볼 줄만 알았지 옥수수가 평소에 어떻게 자라는지, 어떻게 껍질을 벗겨 손질하고 삶는지에 대해 경험해 보기 쉽지 않은 요즈음인지라 더 뜻깊은 수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도시에서만 자란 부모인지라 어린이집에서의 이런 소소한 자연관찰 경험이 참으로 감사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 여깁니다. 직접 껍질을 벗긴 옥수수를 삶아 어린이집에서 맛있게 먹었던 게 재미있었다고 하니 집에서도 한 번 꼭 시간을 내서 옥수수를 삶아줘야겠습니다.
그 무렵, 만 1세 반 달콤이도 비바람이 내리치는지도 모를 정도로 전분놀이에 빠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다른 친구들은 전분을 물에 섞는 것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달콤이 혼자서만 아랑곳하지 않고 전분놀이를 했다는군요. 저는 평소에 겁이 많아 놀이기구도 잘 못 타고 모퉁이가 나오면 무조건 멈춰서는 버릇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달콤이의 용감함은 아마도 엄마를 닮은 것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봅니다. 전분놀이할 때 버려도 무방한 옷을 입고 오라 하셨는데 사진을 보아하니 정말 바로 버려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활동을 한 것 같네요. 뿌듯합니다.
그리고 오빠가 옥수수 놀이를 하고 있던 그 시각, 만 1세 반인 달콤이도 친구들과 함께 옥수수 껍질 벗기기 체험을 하였답니다. 옥수수 낱알을 표현한 종이를 자신이 직접 색칠하고 꾸민 종이에 붙여보는 조작 활동까지 병행한 게 인상적이네요. 3월 초만 하더라도 끼적이는 활동조차 힘들어했던 달콤이가 이젠 제법 힘을 주어 색칠을 하는 게 느껴집니다. 다소 난해했던(?) 끼적임에서 그래도 선 안에 색칠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 잡혀가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두 손을 사용해서 한 손엔 풀, 한 손에는 종이를 쥐고 풀칠을 한다는 점도 꽤 성장했음을 나타내는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저러한 저작 활동의 여부가 굉장히 크게 다가오거든요.
그렇게 허니와 달콤이는 끝이 없는 장마의 시작 속에서도 어린이집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런데 엊그제 하원하는 시간에 선생님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허니는 언어 쪽으로 활동하는 건 참 좋아라 하는데 만들기나 그리기에 요즘은 통 흥미가 없는 듯해 보여요"
"달콤이가 요즘 친구들에게 자기주장을 강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있어요. 한 번 집에 가셔서 달콤이와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되짚어 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우리 부부는 학교에서, 집에서 잠들기 직전까지도 '교육적'인 활동을 진행한 한 주였습니다. 아마 이게 자녀교육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리는 복선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