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집이 너무 많아

우리 동네 앞 마라탕 집만 5개가 넘어? 그 이유는?

by 홍윤표

평소에 국물 요리를 즐겨 먹는 편이다. 소위 말하는 '국밥충'이라 순대국밥과 뼈해장국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것을 즐기는 편이며, 분식류를 먹을 때도 라면, 가락국수 등 국물이 들어가 있는 요리를 사이드로 곁들여 먹을 때가 많다. 그렇게 먹다가 한 달에 한번 꼴로 당기는 음식이 부대찌개다. 부대찌개 특유의 육수에 각종 식재료들을 자작하게 끓여내 따끈한 밥에 말아먹는 것을 좋아한다. 부대찌개 국물에 비비는 것은 싫고 얹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마치 '카레 앤 라이스'처럼, 나는 '부찌 앤 라이스'를 애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에 부대찌개 가게가 없어지고 특유의 빨간색 한자로 중무장한 검은색 배경의 간판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마라탕 집이 근처에 3~4개 있는데 또 마라탕 집이 생긴다고?"


그렇다. 우리 동네 앞 상가지구에는 마라탕 집에 생각보다 많다. 그 흔한 김밥집이나 편의점 숫자를 웃돌 정도로 많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5년 전인가 이제 막 마라탕 열풍이 SNS 등에서 이색 맛집으로 소개되었을 때, 나름 강남에서 유명한 프랜차이즈 가게라고 해서 먹어본 적이 있다. 평소에 맵찔이이지만 매운 것을 좋아하는 편이기에 먹어보고는 만족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다음날 속이 많이 불편하고 특유의 얼얼함이 내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기에 그 뒤로 먹어본 적이 없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리 많이 먹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2021년 10대들이 가장 많이 주문한 메뉴 1위가 마라탕이고 포털사이트 분석 결과 2021년 10대 여성들의 관심 키워드 역시 마라탕이었다고 한다. 이유를 찾아보니 이국적이고 자극적인 맛도 맛이지만, 원하는 재료를 원하는 가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10대 여학생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고 한다. 수십 가지 재료 중에서 알맞게 재료를 고르는 재미도 있고 다양하게 자신만의 마라탕 레시피를 구현하는 소위 말하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케 한다는 점이 매력이라는 것이다. 나의 학창 시절 여학생들이 떡볶이 집에 가는 문화가 마라탕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공부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못지않게 중요한 학교, 학원에서 쌓이는 '문화 자본'은 10대 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수학 공식은 틀려도 릴스에서 나오는 단체 군무는 틀리면 안 되고, 영어 단어 하나는 틀릴지언정 아이브의 영어 랩은 정확하게 구사하여 노래방에서 뽐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마라탕 주변에 학원만 70개가 넘는다. 다음 학원 가기 전 잠깐 짬이 나는 시간에 친구들과 삼삼오오 마라탕 집에서 간단하게 담소도 나누며 끼니도 해결하는 것이다.


내 사랑 부대찌개 집은 안타깝게 자취를 감추었지만 마라탕 집으로 변해서 주인도 번창하고 많은 청소년들이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요새 우리 아들이 그 옆에 탕후루 집에 큰 관심을 보이는것 같던데.. 어린이집 친구 누군가가 다녀왔다고 자랑하면 나도 가서 사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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