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중 : 공공의 적 1-1'은 막무가내 강력반 형사 강철중이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이야기를 다룬 액션코믹물이다. 주인공 강철중은 변변한 범인 하나 검거하지 못하고, 대출도 제대로 안 나오는 처량한 신세이다. 게다가 하나뿐인 딸에게도 무지막지한 잔소리를 듣는 그야말로 철부지 캐릭터이다. 좀처럼 경찰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신세 한탄만 하고 있는 그에게 강력반장은 혀를 끌끌 차며 이런 대사를 뱉는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으면 이거라도 좀 잘해라."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끝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며 마음먹은 것을 실천에 옮겨야 하는 청년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배우 박재민이다. 박재민 배우를 눈여겨보게 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 해설 방송을 보았을 때이다. '어, 저 사람 출발 드림팀에 나왔던 사람인데 왜 해설을 하고 있지?' 라며 다소 의구심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렇다 할 선수경력도 없고 정식 국가대표 출신도 아닌 연예인. 그렇다 보니 단순한 이벤트성으로 초대된 해설위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풍부한 배경지식과 트리비아(Trivia)로 버무려진 그의 해설은 기존 해설위원들의 장점을 모두 승화한 결정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그런 그가또다시 2020 도쿄 올림픽 3 on 3 농구 해설을 하고 있지 않겠는가.그의 다재다능함에 감탄하던 찰나, 한번 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오, 이번엔 작가가 되어 에세이집을 쓰셨구나.
읽으면 읽을수록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형, 『슬램덩크』에서 상양 김수겸은 정말 대단한 캐릭터 같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재민이 형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줄 것이다. "형, 형이 만약 『힙합』의 성태하라면 가장 먼저 가르쳐달라고 할 기술이 뭐야? 토마스? 윈드밀?"이라고 물어보면 밤새도록 브레이크 댄스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해줄 형이다. 누구나 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나 주제가 있으면 찾아보고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것들은 반복되는 훈련, 지루한 연습이 필요하기에어지간해서는 중도 포기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러나 박재민은 소위 말하는 그런 위기 상황을 언제든 기회로 바꿔 끊임없이 탐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살아왔다. 기술 연마가 잘 되지 않으면 그 원인을 탐색해 꾸준히 복기하고, 목표로 설정한 바가 있다면 미친 듯이 몰입하여 도달하기 위해 애쓴다. 특히, 무엇보다 그에게서 엿볼 수 있는 장점은 '과제 집착력'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다.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4개월 동안 미친 듯이 공부하여 누구나 우러러보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진학하는 모습. 소리 없이 사그라지는 수많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낭중지추 할 수 있었던 것. 그의 남다른 몰입력과 우울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긍정적인 몸부림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아하던 것을 찾아 꾸준히 좋아하다 보니 박재민에게도 '나눔'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다. 꾸준한 헌혈과 꽃동네 봉사를 통해 누군가에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해 줄 여유. 교수로서 선수시절의 일화, 여러 방송 촬영 등의 에피소도, 스포츠 관련 전공에 대한 생각 등을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이야기할 여유 등 말이다. 이른바 '십잡스'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에게 당신이 가장 듣고 싶은 수식어는 무엇이냐 물어보니 '좋은 아빠'라고 말한다. 크. 박재민 씨.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당신도 저와 같은 육아대디셨군요. 제 꿈도 똑같거든요. 감히 공통점을 하나 찾았네요.
나 역시도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때가 있었다. Djing을 좋아해서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선배 교사로부터 전수받은 플라잉디스크에 푹 빠져 틈만 나면 혼자 영상을 보며 기술 연습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나는 연년생 터울의 일상을 책임지는 육아대디였다. 마냥 내가 좋아하는것에 몰두하며 사는 삶은 이젠 안녕이다. 나를 덜어내서 너희의 하루가 더해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관점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부족하지만 내가 그간 쌓은 경험과 기술을 너희에게 나눠주기로.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그 이상으로 너희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탐색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음악 시간, 방과 후 시간 등에 틈틈이 djing 레슨을 열어 학생들이 좀처럼 다루어보기 힘든 장비들을 배워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그리하여 일부 아이들은 충분히 본인이 1~2분가량의 짧은 퍼포먼스가 가능하도록 실력이 늘었다. 플라잉디스크도 마찬가지다. 플라잉디스크의 기본 기술과 게임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더니 방과 후는 물론 주말 내내 연습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급기야는 서울시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기염까지 토해 2024년 플라잉디스크 전국대회에 서울시 대표로 출전하기까지 했다. 단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도록 길을 열어주었을 뿐인데 말이다.
박재민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가 '좋은 아빠' 이듯 나 역시도 좋은 아빠가 꿈이다. 그런데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런 단순한 목표가 때로는 더 이루기 힘들다는 사실을 말이다. 교사로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도록 길을 제시하듯이, 우리 자식에게도 다양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묵묵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게 설령 좋든 싫든 간에 말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