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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세 돌 축하해

이제 너도 36개월 미만 혜택 끝이구나

by 홍윤표

2월 11일은 사랑하는 둘째의 세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때마침 같은 어린이집 친구도 둘째랑 생일이 같아 합동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로 했습니다. 반 친구들을 포함하여 형재, 자매들도 함께 즐길 구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결국은 '키즈카페 대여'만큼 좋은 것은 없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하여 집 근처 무인 공간대여 키즈카페를 4시간 예약하고 생일선물, 케이크 등을 준비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자 공통점은 둘째의 친구들도 모두 집에서 '둘째'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첫째가 초등학생인 부모님들도 계시죠. 그러다 보니 한층 육아에 대해 수월성과 전문성을 갖춘 베테랑들의 축하 무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키즈카페에서 괴물이 되거나, 경찰이 되는 역할놀이뿐만 아니라 대형 토끼가 되어 주인공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이시더군요. 덕분에 아이들은 불을 발견한 인류처럼 눈이 휘둥그레 해지면서 거대 토끼의 축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폭풍 같은 4시간이 지나고 생일축하파티의 아쉬움을 선물 상자 개봉으로 달래 보았습니다. 둘째가 받은 첫 번째 건물은 요즘 부쩍 둘째가 관심을 갖는 메이크업 박스였습니다. 천생 여자임을 숨길수가 없는지 누가 한번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화장품을 갖고 노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단언컨대 둘째는 저보다 화장 도구 사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선물을 받자마자 거울을 보며 아이섀도를 그리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더군요.

두 번째 선물은 이른바 '파산핑'이라 일컬어지는 티니핑 인형과 장난감 세트였습니다. 장난감 세트 하나가 4인가족 한 끼 외식비를 웃돌만큼 티니핑 관련 상품의 가격은 비쌉니다. 손가락만 한 피겨 하나도 2,3만 원이 족히 나가니 부모님들의 등골이 휘는데 이만한 상품이 없죠.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긍정적인 마음을 담아 티니핑을 받은 둘째를 한없이 축하해 주었습니다. 당분간은 요 친구들이랑만 노는 것이라고 주입을 시키면서 말이죠. 하하.

둘째의 생일 파티와 선물을 말없이 바라보며 함께 축하해 준 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우리 첫째입니다. 작년 가을, 융숭한 대접을 받았던 것을 까맣게 잊었는지 둘째를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던 첫째였는데요. 6살 오빠가 되어서 그런지 나도 선물을 사달라는 둥 떼쓰는 모습 하나 보이지 않고 둘째의 선물을 함부로 다루는 등의 행동도 하지 않아 대견하다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우리 가족에겐 '36개월 미만 무료'의 혜택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소소하게 활용했던 깨알 같은 혜택은 사라졌지만 그보다 무럭무럭 잘 자라주고 있는 둘째의 오늘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둘째야 너의 세 돌을 아빠가 진심으로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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