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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누구나 강점은 있다

다만 그걸 어떻게 발견하고 활용하느냐는 나한테 달려 있어

by 홍윤표

“서윤이 너 진짜 전학 안 가도 괜찮아?” 서윤이 엄마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서윤이에게 말한다.

“어. 나 동네 친구들 학교 주변에 다 있고 지금 학교 생활이 즐겁단 말이야.”

서윤이가 그런 엄마를 위로하듯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아니 그래도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를 2번 갈아타야 되고... 너 그 뭐냐 아침에 체육 하는 거 있다며. 그거 시간 맞춰서 나가려면 6시 30분에 일어나야...”

“하아, 엄마도 참. 내가 무슨 1학년 꼬마도 아니고. 버스 환승하는 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거 다 할 수 있다니까. 그리고 요새 아침마다 친구들이랑 플디하는거 너무 재미있어.”

“크으. 또 유서윤이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네. 이 오빠가 또 한 수 가르쳐 주랴?” 서윤이가 대답하기 무섭게 서윤이 오빠 현재가 잘난척하듯 말한다.

“내가 또 윤표쌤이랑 플디해서 전국대회도 나가고 횡성 한우도 먹고 했다는 거 아니냐. 처음에 B조였다가 실력이 붙어서 A조로 진급하고.” 현재가 서윤이에게 으스대듯 말한다.

“그 얘기를 한 골백번은 들은 거 같아. 근데 우리는 아직 A조, B조 안 나누던데.”

“슬슬 게임 몇 번 하면서 할 때마다 선생님이 조별로 나누실걸. A조 7명은 그냥 고정으로 몇 게임을 하든지 간에 무조건 선발 라인업일 거고.”

서윤이는 기왕이면 A조에 들어가서 한 게임이라도 대회에 더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려면 더 부지런해지는 수밖에 없겠어.
은정이, 우림이, 그리고 하은이보다도 더.”

“서윤아. 나 내일부터 플디 안 나갈라고.” “뭐라고???” 연우가 서윤이에게 말하자 서윤이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한 서윤이는 지금이라도 복도에 주저앉고 싶었다.

“나 우리 반에 친한 사람도 별로 없고. 연우 너랑 같이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안 돼?”

“사실, 내가 플라잉디스크 연습하는 게 나한테 많이 스트레스라서.” 연우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답한다.

“윤표쌤이 그러셨잖아. 너희가 걸음마를 배울 때 수천번 넘어진 것만큼 플디도 수천번 실수해도 된다고.” 서윤이가 연우의 말에 다급하게 대답하지만 연우의 결심은 굳어진 듯했다.

“그렇긴 한데... 내가 실수할 때마다 아무도 뭐라 하지는 않지만 그 뭐라 하지 않는 것도 미안하고... 그냥 내 마음이 그래. 앞으로 더 잘할 자신이 없어. 미안해. 그 대신에 우리 반에 주은이도 있잖아. 주은이랑 같이 다니...”

“걔는 다른 애들한테만 관심 있다고!!” 서윤이가 연우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화장실로 뛰어간다.

"야. 정서윤. 갑자기 어디 가?" 그런 서윤이에게 미안하지만 연우는 그날 이후로 플라잉디스크 연습에 참여하지 않았다.

“야, 정윤아. 빨리 오라고. 오늘 월요 조회 시간에 네가 마이크 세팅하기로 했잖아.”

유진이가 못 들은 척 플라잉디스크 연습을 하는 윤아를 구령대에서 큰 소리로 부른다.

“아, 귀찮은데. 그거 윤서 시켜. 걔 플디도 안 하고 프리하잖아.”

윤아가 가기 싫은 마음을 꾹 누르며 유진이에게 말한다.

“아니, 네가 월요일 방송실 총괄하겠다고 3월에 자신 있게 얘기해 놓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와”

“윤아, 얼른 유진이 말 대로 올라가서 준비해. 나머지는 내일 또 연습하면 되잖아.”

윤표쌤이 유진이랑 윤아를 얼른 방송실에 올려 보내고 플라잉디스크 부원을 소집했다.


“이제 어느 정도 기본 룰을 알았기 때문에 오늘은 자체 청백전을 하도록 할게요. 없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2팀으로 나눠서 10분 정도 게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플라잉디스크 부원들의 머릿속에 저마다의 바람과 의지가 스쳐 지나간다. 서윤이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연습 게임을 통해 윤표쌤이 A, B, C 조를 마음속으로 나눈다는 것을 소문을 통해 알고 있었다. 기왕이면 A조에 들어가서 대회 때 좋은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들이 아이들의 눈빛에서 드러났다. 그리고 그걸 윤표쌤이 놓칠 리가 없었다.


‘대회를 나간다는 의미는 그만큼 노력을
많이 했다는 걸 증명하는 자리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결과보다 지더라도 좋은 경기를 선보이는 것이다.’


“자, 다들 수고했고 정서윤이는 잠깐 선생님 좀 보고 가.” 윤표쌤이 서윤이를 운동장 스탠드에 세워놓고 나지막하게 묻는다.

“서윤아. 선생님 생각에는 지금 우리 선수들 중에 가장 포핸드 패스를 잘하는 것 같은데 다음번에 은정이랑 같은 편...”

“아! 절대 안 해요. 걔네들이랑 같은 편하면 눈으로 욕한다고요!” 서윤이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한 얼굴을 하며 교실로 뛰어 들어간다.

'하아... 대략 난감하네....' 윤표쌤은 그런 서윤이의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게 연습 시간을 마친 후, 윤표쌤은 저 멀리 교실 앞에 누가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 저분이 누구시더라... 방송 담당 선생님이셨나. 어쩐 일로 오셨지?’

“어쩐 일이세요 선생님?” 윤표쌤이 방송부 선생님께 말한다.

“선생님. 다름이 아니라 방송부 아이들 방송하는 날은 연습 빠지게 해 주실 수 있어요?”

“네. 뭐 방송 업무 중요하니까 제가 빼 드리...”

“아니 근데, 제가 지금 5학년 담임도 함께 하고 있잖아요. 근데 점심시간에도 막 운동장에서 6학년 아이들 플라잉디스크 연습하고 그래서 5학년 아이들이 언니들 눈치 너무 많이 봐요. 애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막 연습을 시키세요?” 방송부 담당 선생님은 그간 많이 참아왔다는 식으로 윤표쌤에게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제가 아침 시간 외에는 따로 연습하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단단히 신경 쓰겠습니다. 죄송해요.” 윤표쌤이 사과를 하고 방송부 담당 선생님을 돌려보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아... 이거 그냥 여기서 때려치울까?’


“여보, 표정이 왜 이렇게 굳어 있어. 뭘 생각하길래 내가 하는 말을 듣지도 않아?”

“아. 잠깐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고. 뭐 얘기했지?” 윤표쌤이 당황한 듯 와이프에게 되묻는다.

“아니, 애들 어린이집 상담지에 아들이랑 딸 장점을 적어오라고 하잖아. 당신이 생각하는 우리 아들이랑 딸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

“뭐 그거야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아들은 세심하고 조심성이 짙어 섣불리 행동하는 편이 적고, 눈치가 빨리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파악이 빠른 편이지. 딸은 누구보다 잘 웃고 적극적이며 활발하고, 운동 신경도 좋아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

그 순간 윤표쌤의 뒤통수를 팍 때리며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내가 과연 뭘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어떤 강점을 찾아야 할까?’

“이이가 무슨 하던 말을 하다가 말아?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윤표쌤의 와이프가 윤표쌤을 채근하듯 묻는다.

“그러니까 자기 강점을 찾아서 그걸 발전시키면 된다고.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려고 말이야.”

윤표쌤이 대답하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옳거니. 우선 이것부터 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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