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집안에서 계주 선수가 등장하다
오늘 아침, 저희 첫째와 둘째가 다니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서 가을 운동회가 열려 다녀왔습니다. 이사하고 원을 옮긴 뒤 참여하는 첫 운동회였는데요. 하남에서 살 때는 인근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경기를 해서 날씨의 제약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데 남양주로 이사오니 차로 20분 거리의 널찍한 축구장에서 운동회가 열리더군요. 개회사를 통해 이번 주 내내 '제발 토요일에 비 오지 마라'라고 기도했다던 원장님의 그 뜻이 가닿았는지 다행히도 날씨는 쾌청했습니다. 이번 운동회는 저희 가족에게 다소 특별했습니다. 학급별 계주 선수를 사전에 뽑았는데 첫째가 당당하게도 1위에 올라 학급 대표가 되었기 때문이죠.
'엄마, 아빠 모두 단거리에 약한데 이건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다.'
실내에서 열리는 운동회도 나름 재미가 있었지만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잔디 구장에서 열리는 운동회에 참여하니 분위기가 한층 더 뜨겁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 가족도 캠핑 카트에 캠핑의자와 여러 가지 간식, 음료수를 준비하여 가을 운동회를 온전히 즐길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고요. 다른 가족들도 특히 조부모와 동행한 가족들은 타프, 텐트 등을 비롯한 캠핑 장비를 대대적으로 갖춰 '우리 가족 한마당'의 분위기를 한층 더 뜨겁게 달궈주었습니다. 식전 행사 전에 한층 들뜬 채 운동장을 마음껏 누비는 아이들의 모습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오늘은 공식적으로 5,6,7세 학급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운동회였습니다. 그래서 경품 추첨도 6살 첫째의 이름만 넣을 수 있었고 모든 프로그램도 5,6,7세 학생들을 기준으로 짜여 있었죠. 달리기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던 첫째는 개인 달리기에서도 1등을 차지했고 학급별 계주에서도 바통 대신 주어진 티니핑 인형을 손에 꼭 쥔 채 역주를 펼쳤습니다. 또래에 비해 태어난 달이 다소 늦어 키도 또래보다 작은데도 타고난 스피드와 집중력으로 경기에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였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로 자신과 상관없는 경기조차도 초집중해서 관람하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그런 첫째의 모습에 부모의 스포츠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을 느꼈을까요. 안 그래도 야외 활동보다 실내 활동을 선호하는 둘째가 유난히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4세 반이라서 공식 경기가 따로 없었던 둘째는 참여보다 관람에 의의를 두는 하루였거든요. 그래도 나름 부대시설로 꾸며진 소소한 놀이터에서 나름 즐길거리를 찾아 놀기도 하고 그늘에 앉아 여러 가족들을 관망하며 과일과 음료수를 마음껏 먹으며 가을 축제 현장의 분위기를 만끽했습니다. 내년에 저 그라운드에서 선수로서 마음껏 활보할 그날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3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운동회에 참여하고 돌아온 온 가족은 그야말로 녹초가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를 대상으로 한 개인 달리기와 단체 경기, 계주까지 열심히 즐기고 왔더니 집에 와서는 큰 대 자로 뻗게 되더군요. 첫째가 기념으로 받아온 '중심 잡기 장난감'을 하면서 오늘을 반추하였습니다. 다소 고되긴 했지만 오늘 하루 반 대표로 이어달리기를 비롯한 전 경기에 열심히 참석한 첫째, 그런 오빠를 열심히 응원한 둘째 모두 대단했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뛰어놀고도 성에 차지 않은 아이들과 저녁 먹기 전까지 또 나가서 자전거도 타고 축구공도 차는 그야말로 운동부의 하루를 즐기고 온 오늘입니다.
'내일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알이 배겨 있는 것은 아닐 테지...?'
두 자식 상팔자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