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일이 하나도 힘들지도, 귀찮지도 않다
이번 주는 직장에서 별다른 이슈가 없었습니다. 그 말인즉슨 가족들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간단히 홈웨어로 갈아입고 가족들 저녁 밥상을 제가 차릴 수 있었죠. 어쩌다 보니 평일 포함 주말까지 아이들 밥상을 매일 차리게 되었습니다. 냉장고 털이부터 시작해서 지난 주말 장모님께서 내어 주신 목살 갈비, 총각김치까지. 밥상을 차리면서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번 주는 남달랐습니다.
저녁 밥상이래 봐야 사실 그리 유별나지 않습니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생굴을 하나 사면 그 양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반은 덜어서 굴국으로, 나머지는 부침가루랑 계란물 살살 입혀서 굴전으로 먹는 식이죠. 하나의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방법을 달리 하면 전혀 결이 다른 두 요리가 나오고 저는 이런 변수(?)를 상당히 반기는 편입니다. 분명 와이프가 아이들이랑 마트에 간식거리를 사러 간다고 했는데 돌아오는 손길에 아이들이 고기가 예쁘게 생겼다며 냉동우삼겹을 갖고 오는 변수. 우리 삶과 비슷하지 않나요?
희한하게도 주말 특히 토요일 아침에는 아이들이 빵을 먹고 싶어 합니다. 집 앞에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비롯한 빵집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줄기차게 늘 잘 먹는 빵이 아이들에게 없다는 게 소소한 고민거리였죠. 그럴 때는 오히려 변수를 즐기기보다는 '스테디셀러'로 밀고 나가는 편이 현명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잘 먹고 만들기도 굉장히 쉬운 '또띠야 피자'를 제공합니다. 또띠야에 스파게티 소스를 몇 번 두르고 피자 치즈 베이스가 전부입니다. 뭔가 아쉽다면 베이컨, 옥수수콘 등을 아이들과 함께 올려보세요. 스스로 음식 만들기에 참여했다는 그 몇 분의 찰나 덕분에 아이들은 평소보다 아침을 더 잘 먹는 기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트에서 흰 다리 새우를 14개에 세일해서 6880원에 사 온 날은 기분이 많이 좋습니다. 절반은 그냥 버터에 구워서 먹고 나머지 절반은 튀김가루를 얇게 입혀 새우튀김으로 먹습니다. 뭔가 새우만 먹기에 아쉬운 것 같아 냉장고를 뒤져보니 아이들이 신기해서 사놨던 동물모양 치킨 너겟이 있네요. 이 날은 아빠가 조금 바빴기에 평소보다 저녁도 늦은 시간에 차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새우구이와 튀김, 치킨 너겟으로 얼렁뚱땅 차린 저녁밥상을 아이들은 별다른 불만 없이 잘 먹었네요.
평소보다 아이들이 일찍 잠든 밤. 9시 반이 넘어가니 오늘따라 야식이 유난히 당겼습니다. 그래서 전기구이 통닭 하나를 만 원에 주문해서 1/3 정도 먹고 남겼습니다. 퇴근하고 나니 전 날 먹고 남긴 전기구이 통닭과 야채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순간 머릿속을 탁 치고 지나간 음식이 '오야꼬동'이었지만 계란물이라는 변수가 아이들에게 오히려 허들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내 메뉴를 급 변경해 늘 먹던 볶음밥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양파, 당근, 호박, 버섯, 닭고기를 다 잘게 다진 후에 한데 볶고 굴소스, 연두 등으로 살짝 간을 해서 내어주니 잘 먹더군요.
'다른 건 모르겠고 그냥 잘 먹었으면 됐다.'
아빠로서 아이들 밥상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남다른 책임감과 자부심이 공존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일련의 과정이 전혀 힘들지도, 귀찮지도 않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번 주 밥상에 제가 관여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밥상을 차릴 동안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준 와이프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벌써부터 다음 주가 기다려집니다.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아이들에게 선사할지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으니까요.
두 자식 상팔자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