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아빠 영어 캠프

by 홍윤표

올 겨울방학에도 어김없이 근무하는 초등학교에서 원어민과 함께하는 영어캠프를 맡아 지도하였습니다. 1.12 - 1.16 1주일 동안 매일 9시부터 12시 10분까지 5,6학년 중 희망자 15명을 대상으로 원어민과의 코티칭 2시간 + 제 단독 수업 2시간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햇수로 4년째 겨울마다 영어캠프를 지도했고 1주일 중 하루 제 수업 시간에 'DIY 쿠키 만들기'를 주제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기회가 되면 저희 아이들도 불러서 고학년 언니 오빠들과 함께 서로 도와가면서 쿠키 만들기를 하게끔 해주었습니다. 학생들도 반색을 하며 저희 아들, 딸을 반겨주어 수업에 혹시라도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저의 걱정을 덜어주었고요.

먼저 원어민과의 계획된 2시간 수업을 재미있게 진행하였습니다. 이 날은 특히나 '보물찾기' 콘셉트로 학교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12개의 QR 코드를 찾아 미션을 해결하는 형태였기에 아이들의 호응이 남달랐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들은 학년별 연구실에 자리하고 있는 패드를 대여하여 미션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저는 원어민 선생님을 대신해서 학생들을 임장 지도 하면서 단어나 문장 쓰기에 어려움이 있을 때 도와주고 콘셉트 사진 찍기 등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우리 아들, 딸이 엄마 차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여 학교 주변에서 눈을 가지고 놀고 있더군요. 차분히 원어민과의 수업을 마무리하고 사무실로 돌려보낸 뒤 아들, 딸을 저희 교실로 오도록 했습니다.

"아빠 선생님"을 부르면서 교실로 들어오자 5, 6학년 학생들이 웃으며 우리 아들, 딸을 반겨주었습니다. 저는 미리 구매해 둔 쿠키 만들기 세트를 꺼내 학생들에게 분배하고 서비스로 제공된 몇 개의 쿠키를 우리 아가들이 꾸밀 수 있게 모둠을 구성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경험상 시판되는 색깔 식용 펜이 사용 전에는 늘 단단히 굳어 있기에 활동 시작 3시간 전부터 따뜻한 물로 중탕을 해두었습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학생들과 우리 아이들은 원활하게 자신만의 쿠키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햇수로만 4년 차인 우리 아가들은 마치 이 학교를 계속 다녔던 학생들 마냥 자연스럽게 수업 흐름을 따라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수업을 물 흐르듯 마치고 학생들을 우선 집으로 돌려보낸 뒤 저는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꾸미기 활동의 잔해(?)들을 말끔하게 청소하였습니다. 아들, 딸도 청소하는 제 모습을 보자 자기들도 돕겠다며 책상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있는 색깔 펜들을 물티슈로 깨끗하게 닦고, 바닥에 떨어진 비닐 포장, 스프링클스 등을 주웠습니다. 책상도 오와 열을 맞춰 원상복귀 시키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데 아들, 딸이 갑자기 보드 마카를 쥐고 글씨 쓰기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여 쓰고 싶은 단어를 나름대로 쓰게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방과 후 수업을 마친 5학년 학생들이 저희 교실에서 아들, 딸을 보자마자 환호성을 부르며 다가왔습니다. 연신 "귀여워"를 연발하는 선배님(?)들의 모습에 아가들은 덩달아 흥분하여 좀처럼 집에 가지 하려 하지 않더군요. 수업 끝난 지 1시간 반이 지나서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올해를 끝으로 약 5년여를 머물렀던 학교를 떠나 새로운 초등학교로 전입을 갑니다. 본교에 처음 왔을 때 첫째가 와이프의 뱃속에 있었는데 떠날 때가 되니 아이가 둘이 되었고 내년이면 첫째는 초등학교로 입학하게 되니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학교로 배정을 받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면 아빠와의 영어캠프는 오늘이 마지막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여러 모로 추억이 많은 학교를 떠날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해지는 하루였네요.


두 자식 상팔자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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