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전해준 소소한 선물

잘 읽었더니 이런 일도 있네요. 또 잘 읽고 써 보겠습니다.

by 홍윤표

코로나 시국이었던 것 같다. 평소 자주 시청하던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이 약간의 해프닝으로 인해 일부 멤버가 개편이 된 시점이었다. 새로운 얼굴을 마주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언가 중심이 되는 인물의 부재가 주는 후유증은 컸다. 그때 마침 메인 MC인 전현무 씨가 복귀했고 그 에피소드는 당시에 나름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전현무 씨는 평소에 보여주었던 위트와 가벼움, 트렌디를 갈구하는 모습보다 진지하고 나를 돌아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그가 직접 쓴 글을 올리는 플랫폼을 소개하는 부분이 등장했는데 나는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브런치'...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고.

그렇게 '브런치'라는 좋은 공간을 알게 된 이후로 꾸준히 나만의 숙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면서 글을 썼다. 혼자 100일 연속 에세이 쓰기 챌린지를 실천하여 목표를 달성했더니 구독자가 늘어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또 다른 글감을 생각하게 되고 때마침 우리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담은 육아에세이를 기획하고 있었기에 집필해 볼까라는 생각도 했다. 일련의 생각들을 실천에 옮겨 '전지적 아빠 육아 시점'이라는 브런치북을 연재하게 되었고 출판사와 계약하여 출간작가라는 타이틀까지 받을 수 있었다. 글을 쓰고 출간까지의 일련의 과정의 시작과 끝은 '브런치'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출간 이후 내 삶은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은 없었다. 게다가 작가라는 타이틀에 잠시나마 도취되어 책을 홍보하고자, 또 다른 SNS에서 나를 드러내고자 노력했더니 '브런치'에 소홀해졌다. 나름 그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주말마다 육아에세이를 쓰고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인 동화도 쓰긴 했지만 글의 수가 많아졌을 뿐,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하지는 못했다. 댓글과 라이킷으로 주고받았던 작가님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다른 이의 글도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다. 약간의 번아웃이 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말을 더 해봐야 제살 깎기 일뿐 '브런치'가 재미가 없었다고 보면 된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에 브런치 독서 챌린지 공지사항이 눈에 들어왔다. 이른바 '텍스트힙'을 반영한 챌린지였는데 언제 어디서든지 꾸준히 독서하는 것을 기록하여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 책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실은 당첨되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뭔가를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내실을 다져야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그 방법은 결국 '독서'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소설, 동화, 경제/경영, 에세이 등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을 매일 조금씩 읽었고 읽은 내용을 브런치에 공유했다. 그러다 보니 1월 한 달 독서 개근을 이뤘고 잊고 살았던 독서의 즐거움과 소중함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보내줬다. 독서 챌린지 이벤트에 당첨되었다고 말이다.

브런치 4년 차, 늘 브런치에 나의 에너지를 송신하는 데 급급했는데 그것을 사뿐히 내려놓으니 브런치에게서 생각지 못한 답신이 왔다. 세상 일이란 것이 다른 것 같다. 하나의 결실을 위해 열정을 담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 과정에서 가지 치기나 경로 변경 등의 비틀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동안의 글쓰기는 마치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와 같지 않았던 것 같다. 잠시 내려놓고 읽기에 집중했더니 브런치로부터 소소한 선물을 받게 되어 개인적으로 뿌듯하다. 그것도 내 글쓰기의 고향, 브런치에서 받게 되어 그 의미가 더 남다르게 다가오는 듯하다. '일간 이슬아' 때부터 관심을 가졌고 평소 진로 관련 수업자료로 '아무튼, 출근 - 이슬아 작가' 편을 애용해 왔던 지라 이번 선물이 뜻깊다. 잘 읽어보고 나름의 정성을 기울여 서평으로 보답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