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지노 2집 정규앨범 'Nowitzki'가 발매되었다. 일단 들어봐야 느낌을 글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유튜브를 검색했다. 역시 부지런한 크리에이터는 참 많다. 검색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 18곡이 담긴 Full album 콘텐츠를 찾았다. 가사의 의미를 곱씹어보기 전에 곡의 전반적인 배치와 흐름이 주는 분위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한창 작업 중에 익숙한 멘트와 간주가 흘러나왔다. 하마터면 '광고 건너뛰기'를 누르지 못할 뻔했다. 작업하다 보니 그냥 수록곡의 일부인 줄 알고 들었던 것이다. 트랙리스트를 보니 4번 트랙이었다. 나름 타이틀곡으로 지정된 곡인데 이상하다 싶었다. 7,8번 정도 듣고 나서 나는 아까 왜 광고를 건너뛰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 곡의 분위기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지리스닝에 최적화되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난이도가 튜토리얼급이었다.
곡을 쭈욱 듣자니 난지공원 특설무대에서 대략 200m 떨어진 곳에서 쉐퍼하퍼 자몽맛이나 데스페라도스를 마시며 한가로이 핑거푸드를 음미하는 듯한 느낌이다. 밴드가 주는 사운드와 트랩비트의 조화가 구속이나 속박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전작의 젊음과 청춘의 고뇌에서 벗어나 주어진 오늘을 즐기면서 사는 빈지노의 이상을 담았다고 해야 하나.
하긴 술, 담배 나쁜 거 모르나. 적당히 즐기면 좋은 거지 뭐 이런 느낌? 나초, 햄버거 살찌는 거 누가 몰라? 맛있으면 장땡이지. 너도 와서 같이 해 Try some 이런 느낌?
그러다 14번 트랙 'change'를 듣는 순간, 깨달았다. 아, 이제 드디어 자기와 마주했구나. 가사를 잘 쓰는 래퍼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냥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음정과 박자에 맞게 단어와 어구를 조율하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벌스의 시작과 끝의 기승전결까지 3분 남짓한 트랙에 담아내다니. 삶에 대한 태도를 진중하게 읊어낸 트랙은 18번 트랙까지 이어졌고 그제야 이 감정이 옅어지기 전에 얼른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에 대한 존경심에 누가 되지 않게 내 느낌이 오롯이 담긴 리뷰를 작성하고 싶어졌다.
<출처 : 채널 코리아 제이>
<출처 : 곽튜브>
개인적으로 '우린 사업을 바보같이 해'라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그가 론칭한 IAB STUDIO 브랜드는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해외진출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23년 KIA 타이거즈 유니폼에도 브랜드 로고가 새겨질 정도이며 곽튜브, 채코제 등 유명한 유튜버들이 거의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브랜드인데 바보 같다니. 혹시 '바보같이 해'가 아니라 '(hey) 바보, (너도) 같이 해'가 아니었을까. 늘 이상적으로 사업이 굴러가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걸 같이 하는 너와 나도 바보 같지만 어쨌든 우린 꾸준히 비즈니스를 손에 놓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상상을 하는 건 자유니까.
덕 노비츠키처럼 꾸준히 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예술을 선보이는 빈지노의 모습에 교사로서의 커리어를 꾸준히 이어가야만 하는 내 입장을 조심스레 투영해 봤다. 이번 앨범 비록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전작의 히트곡들에 비해 다소 실험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느 베스트 앨범들처럼 시간이 지나면 비로소 이번 앨범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