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대한민국 사람들이 퇴근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비가 와서 애들 데리고 외식하긴 힘든 상황. 때마침 와이프가 간 고기와 각종 야채들을 사 왔길래 애들 볶음밥 해 먹이려고 하나보다 속으로 생각하며 이렇게 물었다.
" 오늘 애들 굴소스 넣고 볶음밥 먹이려고?"
그러자 아내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애들 마파두부밥 해주려고. 두반장 없이"
두반장 없는 마파두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순간 당황했지만 다른 요리의 메커니즘과 대비해 보니 금세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고추기름 넣지 않은 짬뽕이나 토마토를 넣지 않은 라구소스 요리를 생각하면 된다. 취사병으로서 군대에서 마파두부를 종종 만들었기에 오늘 저녁은 내가 담당하기로 했다.
마파두부밥은 크게 4단계의 과정만 거치면 된다. '고기' -' 야채' - '양념' - '전분 넣으면서 간 보기'이다. 고기를 기름을 두른 웍에 넣고 볶은 다음 호박, 버섯, 양파 등을 잘게 잘라 고기 위에 투하하고 볶는다. 그런 다음 간장, 설탕, 맛술 등의 양념을 넣고 깍둑썰기 한 물기 뺀 두부를 넣는다. 두부가 으스러지지 않게 물을 자작하게 넣고 살살 저어서 끓인 다음 마지막에 전분물을 넣어 농도를 맞추고 간 보기를 한다. 조리 시간은 20분 정도면 충분한데 아무래도 중요한 것은 우리 집 VIP 님들이 좋아하실지 아닐지이다.
잘 차려놓은 마파두부밥을 아이들 식탁에 올려주고 와이프에게 두 아이의 식사지도를 의뢰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잽싸게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살포시 꺼내 어른들이 먹을 마파두부로 리뉴얼했다. '두반장만큼은 없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하네. 아, 역시 취사병 짬바 죽지 않았어'라고 감탄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수저 던지는 소리가 들린다. 와이프가 아이들 저녁 먹이느라 고군분투하는 소리였다. 첫째고 둘째고 입 안으로 들어오는 밥을 연신 혀로 밀거나 뱉기 바쁜 것이 아닌가.
결국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밥상으로 다시 차리기로 했고 마파두부밥은 교대로 돌아가면서 먹기로 했다. 와이프가 급한 대로 케첩볶음밥을 만드는 동안 나는 내가 만든 어른용 마파두부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돌이켜보면 내가 마파두부밥을 먹게 된 것도 30살 이후였던 터라 오늘의 조기교육(?)이 아이들한테 다소 무리였던 것은 맞다. 우리 아가들의 입맛을 찾아서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셰프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