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에 아가들이 모두 다 그렇겠지만 우리 아이들도 원인 모를 병으로 자주 아프다. 오전, 오후 잘 놀다가도 갑자기 새벽에 열이 38도까지 찍는가 하면 새벽에 밤새 기침을 하며 쪽잠을 자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 돌이 가까워 오는 첫째는 그래도 면역력이 생겨서 아파도 금세 회복하는 편인데 문제는 둘째이다. 한 번 아프면 3~4일은 족히 기침, 가래, 해열제를 달고 살며 심한 경우에는 항생제까지 먹여야 할 정도이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아픈 기색이 전혀 안 보이며, 뛰는 듯 아장아장 움직이며 놀이터를 휘저음에도 불구하고 체온을 재보면 39도인 경우도 있다. 오늘 밤도 새벽에 애들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피곤한 몸을 뉘어 잠을 청한다. 이윽고 둘째 방에서 단말마 같은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린다. 시작이구나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38분이다. 체온을 재보니 그래도 자기 전에 먹인 해열제가 몸에 받았는지 37.5도를 웃돌고 있었다. 아직 잠이 확실히 깬 것도 아니고 코가 좀 막혀서 불편해 보이는 정도이길래 둘째를 안고 거실과 부엌 이곳저곳을 돌며 잠에 들도록 유도하였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털썩 고개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재워도 되겠다 싶어 둘째 방 매트리스에 눕혔다. 토닥이기를 3분여 가까이하고 둘째 방문을 나서려는 찰나, 갑자기 둘째가 번쩍 일어나더니 나와 눈이 마주친다. 1라운드는 실패. 2라운드는 똑같은 루틴으로 약 15분간 진행되었고 이번엔 첫째와 와이프가 자고 있는 안방으로 둘째를 옮겨보기로 했다. 발코니 문을 살짝 열어두어 온도, 습도도 적당히 괜찮기 때문에 괜찮은 수면 조건이라 생각하고 둘째를 눕힌다. 이번엔 입을 벌리고 자는 걸 보니 깊이 자겠지. 그러나 5~10분 내내 끊임없이 뒤척이며 잠과 사투를 벌이더니 이내 손과 발을 마구 휘저으며 잠투정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이러다 첫째도 깨서 더 큰 참사가 벌어질까 두려워 되는대로 챙겨 입고 둘째를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나갔다.
첫째, 둘째도 내가 최후의 수면 유도 수단으로 택하는 것이 '유모차 산책'이다. 경험상 아가들은 유모차에서 주변의 자극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심신의 안정을 찾았고, 구르는 바퀴에서 들리는 백색소음은 아가들을 재우는 데 꽤나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새벽 3시 42분, 삼라만상이 모두 잠자리에 들 깊은 밤이지만 이 시간에도 새벽을 밝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코너를 돌면서 마주친 트럭 운전사 분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전동 킥보드를 수거하시는 데 집중하고 있었고 프랜차이즈 도넛 가게에서도 트럭 운전사분이 연신 재료를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근처 24시간 콩나물 국밥집 앞에 택시 4~5대가 주차해 있고 가게 안은 기사님들이 담소를 나누며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드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나 혼자만의 외로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고독함과 도대체 언제쯤 둘째를 재울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이 쏟아지는 잠과 뒤범벅되어 정신없는 와중에 한 줄기 마음의 안정을 찾는 순간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위안거리를 찾았다고나 할까. 새벽을 밝히는 그분들 덕분에 나만 이 시간에 고생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한편으로 이 시간을 빛내고 있는 그분들의 노고를 리스펙트 하게 되었다. 나는 오늘 일회성에 그칠 일이지만 매일 새벽을 이렇게 고생하고 계시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둘째의 얼굴을 보니 아주 편한 얼굴로 꿈나라에 빠졌다. 어쩌면 몸이 아파서 이 순간을 그렇게 기대하고 바랬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직 네가 말을 할 수 없어서 정답을 찾긴 어렵지만 어떻게 아빠도 알아듣고 원하는 대로 해준 것 같아 다행이다.
그렇게 의도치 않았던 새벽 산책을 마치고, 다행히 둘째는 아침까지 푹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피곤한 몰골로 다음날 아침 준비를 했고 일상생활을 했다. 마치 새벽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런 생활이 근 4년 가까이 되니 내성이 생겨서 웬만큼 힘든 날 아니고서야 어떻게든 하루를 버텨내는 것 같다. 그래도 오늘보다는 내일이 육아가 더 수월하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오늘도 그렇게 일터를 떠나 집으로 육아 출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