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푸드'란 원래 미국 요리의 일종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고유 식문화를 가리는 단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전통적으로 미국 남부 흑인들과 관련된 음식을 지칭하는 것으로 프라이드치킨, 잠발라야, 메기 튀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소울'이란 단어가 영혼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니 한국, 일본 등지에서는 '영혼을 울리는 음식, 삶의 애환이 담겨 있는 음식' 등으로 의미가 변용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코리안 소울 푸드'라는 뜻은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식 흑인 요리'로 오해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소울 푸드'라는 단어를 한 번 활용하고 싶다. 적어도 한국에서 한국말로 한국음식을 언급할 때뿐만큼은 말이다.
소울 푸드 (출처 : 라뷰 블로그)
학창 시절 학원 공강 시간에 점심이나 저녁으로 자주 사 먹던 것은 '한○도시락'이다. 다른 친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도○님 도시락'을 주문할 때 나는 거의 늘 '치킨마요덮밥'을 주문했다. 평소에 한 그릇 음식을 좋아해서 덮밥류를 주로 먹었는데 그중에 가장 내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500원을 더 내서 곱빼기를 먹던지, 아님 700원을 더 내서 사발면을 곁들이던지의 옵션을 추가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렇듯 늘 배고프고 주머니는 가벼웠던 학창 시절을 위로해 줬던 소울 푸드는 단연 치킨마요덮밥이다.
오늘 나는 혼자 근처 분식집에 가서 점심으로 치킨마요덮밥을 시켰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여름방학 영어 캠프를 다녀오고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서다. 당장 씻고 쓰러져 자고 싶었지만 오늘은 꼭 '소울 푸드'를 먹고 싶었다. 왜냐하면 난 어제 둘째를 새벽 내내 케어하느라 4시간도 못 자고 출근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이 시간에 집에 오면 아들, 딸들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따라 조용했다. 와이프가 새벽 내내 고생한 나를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잠깐 외출했기 때문이다. 지친 하루였지만 나를 위로하는 음식을 꼭 마주하고 싶었다.
그렇게 게눈 감추듯 치킨마요덮밥을 먹고 잠시 집에 와서 눈을 붙였다. 그리고 오늘 하루 고생한 아이들을 위해 저녁 밥상을 차린다. 오늘 아빠가 마련한 음식이 너희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그저 집에 오면 늘 당연히 차려져 있고 원할 때마다 차려줄 수 있는 집밥이라 생각해 다오.
안 먹어도 상관없으니까 그냥 저녁식사 시간을 마음껏 만끽하렴. 수고했다 오늘도 우리 아가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