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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잼버리

국제적인 행사인만큼 좀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을 텐데

by 홍윤표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2023년에 열린다는 것을 2018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때 당시 근무했던 학교에서 4,5, 6학년 희망학생들을 대상으로 컵스카우트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스카우트 단대장으로 업무를 총괄하며 장한평에 위치한 스카우트연맹에 회의를 나갈 때마다 2023 새만큼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홍보물을 접하고 나름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이렇게 큰 행사를 하다니. 다른 나라 스카우트 운영방식이나 규모, 교육 프로그램은 어떠할까라며 잠시나마 궁금해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교육청 차원에서 스카우트와 같은 청소년단체 운영을 학교업무로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고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청소년단체는 학교가 아닌 지역단체로 편입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 내 컵스카우트 운영이 왕성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흘러 8월 1일부터 새만금 일대에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시작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뉴스 속 사진을 보니 그야말로 드넓은 평야에 숙영지를 편성해서 스카우트 행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 폭우로 인한 땅 상태는 그렇다 하더라도 수많은 질문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벌레도 많을 텐데 의무시설은 있나?', '습하고 더운 날씨에 제대로 된 샤워시설이나 대피시설이 있을까?', '숙영지 주변에 못이나 매듭을 제대로 설치할 제반 시설이 마련되어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단순히 스쳐 지나갔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이 아무것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연일 뉴스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경찰 갑호 비상이 발령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는 현실이 다소 안타까웠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장소이다. 무더운 여름에 개최한 이상 일정을 조정할 수 없다면 장소라도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된 장소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8월이라면 대학교가 방학인 점을 고려해 인근 1~2개 대학교와 협의하여 편의시설이라도 활용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기숙사는 기존 학생들로 인해 활용하기 힘들 테니 대학교마다 존재하는 학생회관, 강의동, 체육관, 운동장만 잘 이용했더라도 지금 같은 뉴스거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어차피 방학이라 이용하는 학생들도 많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 인근의 대형 리조트나 연수원의 지원을 받아 인원을 분산하여 더운 날씨에 실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해가 진 다음 숙영지로 복귀하는 방안도 괜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사도 중요하지만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연수원, 리조트, 대학 안에 이런 대형 홀이 얼마나 많겠는가

스카우트의 기본 정신인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행사인데 시작부터 제대로 된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다소 안타깝다. 우리나라에서 참여하는 학생들의 부모님들도 걱정이 많을 것이고 무엇보다 이역만리타국에서 치르는 행사에서 팔자에 없는 '생존 게임'을 치러야 할 수백여 개 나라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무사히 행사를 제대로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7월 말 가족들과 코엑스를 방문했을 때, 스위스, 노르웨이 등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을 마주한 적이 있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들뜬 미소와 초롱초롱한 눈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뉴스가 좀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날이 더울 땐 이런 실내 만들기를 하고 밤에 K-컬쳐시간을 보냈다면

기왕에 발생한 문제들은 운영관계자들이 대책을 끌어모아 참여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다치거나 아프지 않게 무사히 잼버리를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관련 뉴스 댓글에 'BTS'나 '블랙핑크'라도 모셔와서 위로해줘야 할 판이라고 하는데 궁여지책으로라도 활용해야 할 판인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적어도 참가한 4만 명의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증오하지 않도록 관계 부처의 필사적인 행보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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