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리라는 것을. 아니 혼자만의 시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는 것을. 그리하여 찾은 소소한 혼자만의 시간은 바로 출퇴근길 차 안이다. 누군가에겐 지루하고 고된 시간일지 모르지만 최근 나에겐 많은 영감을 선사하는 고마운 자리이다.
출근길은 늘 시작부터 머리가 조금 어지럽다. 언제인지 모르는 새벽에 일어나서 우는 아기를 재웠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깜깜할 때 한 번, 동이 터 올 무렵 한 번 이렇게 두 번 깼던 거 같다. 알람 소리에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하고 차에 오른다. 일찍 나가든 5분 늦게 나가든 출근길에 항상 차가 많아 막히는 구간은 3군데 있다. 그럼 사색을 시작할 준비를 한다. 차가 꽉 막혀있는 동안에는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땐 그냥 쓸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등을 마음껏 상상하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학생들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 출근길보다 조금 더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퇴근과 동시에 육아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는 음악을 들으며 정신을 맑게 하는 과정을 거친다. 2000년대 발라드를 듣거나 쇼미더머니 음원을 보통 듣는 편이다. 따라 부르다 보면 저절로 잠도 깨고 스트레스가 일시적으로 해소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아침에 생각했던 것들을 대략적으로 카테고라이징을 한다. 그리고 그 주제들을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저장한다. 기억은 내 생각보다 늘 쉽게 휘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장해 둔 이야기보따리들은 아가들이 모두 잠든 후에 풀어낼 수 있다. 일단 소파에 몸을 쭉 뻗어 눕힌다. 세상에서 나보다 더 편한 자세로 쉬는 사람이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런 다음 글감을 꺼내서 글을 써 내려간다. 졸음이 몰려오지만 우선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쓴다. 물 흐르듯 잘 써지는 순간에는 좀 더 욕심을 내서 마무리까지 쓰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만둔다. 또 내일 출퇴근 길 차 안에서 마음껏 생각한 뒤에 고쳐 써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매일 베스트 드라이버가 된다. 사고 한 번 없이 안전 운전하는 모범운전자를 지칭함을 물론 나만의 공간에서 온전하게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 이른바 '베스트' 타이밍을 누리는 '드라이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경쟁이나 다툼 따위 없고 나에게 충고를 하거나 조언을 바라는 이도 없다. 오늘도 무의식 중에 수많은 찰나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살아갈 테지만 운전대를 잡는 순간 잠시라도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날 수 있어 좋다.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 5분 만에 선동 IC가 꽉 막힌다. 자 이제 슬슬 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