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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게 걷기 Mar 26. 2021

소설을 쓰는 부끄러운 마음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들도 대부분 소설이고 틈 날 때마다 읽는 책도 소설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설을 쓰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브런치에서는 주로 에세이를 쓴다. 에세이를 쓰는 것은 소설을 쓰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편하다 (나에게는).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기억을 글로 쓰다 보면 잊힌 기억들이 살아나고 그것이 글로 풀어질 때는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 낸다. 그런 게 스스로 재미있고 신기하기도 했다. 에세이를 쓸 때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말이 결말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나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소설은 매력적이지만 다가가기 힘든 사람을 연상시킨다. 소설은 상상력의 세계로 나를 데리고 간다. 소설을 읽고 난 후의 해석은 자유롭다. 내가 느낀 감정 그대로 나는 소설을 느끼고 거기에서 읽은 그대로 해석한다. 하나의 소설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나는 그것이 좋다.


 사실 소설을 써 보려고 요즘 애를 썼다. 그러나 소설을 쓰다 보면 실망감을 느끼곤 하였다. 시작은 잘했는데 쓰다 보면 어딘가 부족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말 부분에 다다르면 실망감은 절망으로 바뀐다. 어떻게 결말을 맺어야 할지 그리고 내가 말하고자 하던 것이 무엇인지 나는 종종 길을 잃는다.

  

 그래서 브런치에 들어와서 글만 쓰고 나면 도망치듯이 빠져나갔다. 댓글도 읽지 않았다. 소설이 꼭 나의 치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나의 치부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상상하다 보면 나는 이내 부끄럽고 민망해졌다. 그럴 때는 글의 발행을 취소할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오늘 약간의 용기를 내서 브런치에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새로운 글들이 발행되어 있다. 브런치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고 평화롭게 돌아가는데 나 혼자만 마음의 널뛰기를 하였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직후에는 구독자가 있는 작가들을 부러워했고 다음 메인에 글이 올라가는 작가들을 부러워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구독자가 많은 작가들을 부러워하고 출간 작가들을 부러워하였다. 부럽고 샘도 나는 아이 같은 감정을 나는 자주 느꼈다. 아마 브런치 작가님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의 변화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 날 구독자가 점점 늘어나니까 나는 부끄러웠다. 내 글이 과연 그런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브런치에 들어오는 게 두렵기도 했다. 얼마 전에 거짓말처럼 출간 제의가 들어왔는데 자신이 없어서 거절의 의사를 보냈다. (내가 출간 제의를 받다니 꿈인가 생시인가 행복하고 설레었지만 나는 아직 출간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책을 출간하는 것은 출판사와 관련자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일이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결국 중요한 것은 글이고 글을 쓰는 그 과정 자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내가 브런치에 들어와서 글을 쓰고 글을 다듬고 글을 발행하는 과정도 설레는 시간이지만 누군가 내 글을 찾아와서 읽어 주는 것도 그만큼 두근거리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는 앞으로도 글을 쓸 것이고 소설도 쓸 것이다. 나는 재미있는 글을 좋아한다. 읽다가 덮어 놓으면 계속 머릿속을 따라다니는 글, 빨리 꺼내서 읽지 못한 부분을 읽고 싶은 생각에 조바심 나게 하는 글, 그런 글을 좋아하고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매일 글을 쓰다 보면 쌓이는 글만큼, 흐른 시간만큼 나의 글이 성장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의 글이 나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고 다정하게 느껴지는 날이 오겠지. 그런 시간이 올 거라 생각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


  


사진: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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