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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게 걷기 Aug 25. 2020

외할머니와 땅콩 알사탕

나는 아직도 위로가 필요하다

 외갓집은 부자였다. 그 마을에서 가장 넓은 과수원을 하고 있었다. 집은 양옥집이었다. 그 마을에 다른  집들은 다 기와지붕이었다. 외갓집은 세련된 하얀색 대리석 같은 벽돌로 만들어진 집이었다. 마당에는 소를 키우는 외양간이 있었다. 방은 5개나 되었다. 특히 대단했던 것은 마루에 있는 갈색 가죽소파였다.


  정윤이가 우리 반에서 가장 부자였지만 정윤이 집에도 가죽소파는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 외갓집은 진짜 부자였던 것이다. 나는 왠지 외갓집에 오면 으쓱해졌다. 우리 집은 부자가 아니지만 외갓집이 이렇게 넓고 좋았기 때문에  나도 부잣집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외할머니는 장에 갈 때마다 알사탕을 한 봉지 사 왔다. 그 날 장사가 잘 되어도 더 많이 사지도 않고 항상 한 봉지를 샀다. 캐러멜 맛이 살짝 나는 땅콩 알사탕이었다. 우리는 모두  명이었다. 외할머니는 우리에게 알사탕을 똑같이 나눠줬다. 나는 주머니에 불록하게 사탕을 넣고 한 개씩 아껴 먹었다. 나는 사탕을 깨물어 먹지 않았다. 입에서 살살 녹여서 먹어야 오래오래 먹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아껴 먹어도 사탕은 금세 사라졌다.


 달콤한 기억이 금세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준수는 나보다 항상 오래 사탕을 먹었다. 나는 누나이기 때문에 평소에 위엄이 있었지만 사탕을 얻어먹을 때는 사정이 달랐다. 내가 한 개만 더 달라고 불쌍한 표정을 지어도 준수는 서울깍쟁이여서 한참 약을 올린 후에야 사탕을 줬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사탕을 아껴 먹냐는 내 말에 준수는 비밀을 나눠 주는 것처럼 작은 소리로  말했다.

  "누나. 사실 나 아직 사탕 많아. 할머니가 나 몰래 불러서 사탕을 더 주셨어. "


 나는 항상 외할머니가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외할머니는 사탕을 나눠 줄 때도 여러 번 확인해서 똑같이 나눠줬으니까.  


  더 이상 사탕은 맛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땅콩 알사탕을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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