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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Mar 18. 2021

시가 머무는 곳

당신이 오는 계절은

당신이 오는 계절은


봄꽃이 봄비를 그리는 계절이면

기지개 켜는 버들개지 사이사이

아지랑이  꼬물꼬물 피어나면

내 이마에 닿는 따뜻한 입김


여름철 파도의 출렁임으로

바다 중앙에서 내가 있는 해안선까지

눈부시게 하얀 발끝 세워

달려와 감기는  희디흰 백합


가을날 선들바람 인양

기다리다 바래진 흰머리 결 쓸어주며

울다 지쳐 쓰러진 매미의 허울에

귀뚜라미 노래 정갈히 얹어놓고


짧은 겨울 해를 꺾어 휘어진 낙조마저

회색빛 산 밑으로 사라지면

당신이 없어 더 길어진 밤이 내리는 겨울

물이 설설 끓는 방에 당신을 모셔놓고 차를 끓인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당신

잊을까 저어되어 다가오는 당신을

가물거리는 기억에 그대 이름 불어넣으며

계절마다 다른 옷차림으로 찾아오는 설렘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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