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는 계절은
봄꽃이 봄비를 그리는 계절이면
기지개 켜는 버들개지 사이사이
아지랑이 꼬물꼬물 피어나면
내 이마에 닿는 따뜻한 입김
여름철 파도의 출렁임으로
바다 중앙에서 내가 있는 해안선까지
눈부시게 하얀 발끝 세워
달려와 감기는 희디흰 백합
가을날 선들바람 인양
기다리다 바래진 흰머리 결 쓸어주며
울다 지쳐 쓰러진 매미의 허울에
귀뚜라미 노래 정갈히 얹어놓고
짧은 겨울 해를 꺾어 휘어진 낙조마저
회색빛 산 밑으로 사라지면
당신이 없어 더 길어진 밤이 내리는 겨울
물이 설설 끓는 방에 당신을 모셔놓고 차를 끓인다
늘 나를 향해 다가오는 당신
잊을까 저어되어 다가오는 당신을
가물거리는 기억에 그대 이름 불어넣으며
계절마다 다른 옷차림으로 찾아오는 설렘 풀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