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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Mar 31. 2021

시가 머무는 곳

담쟁이



담쟁이

뒤돌아 보면

벌써 아득히 뻗은
기억의 숲은 
추억을 푸르게 펼치고 

푸른 무리 속으로
묻혀버리기 시작한 몸뚱이는
숲의 일부가 되어
온 몸에 발톱을 세운다

기어오르다 미끄러지는 곳마다
스치고 지나간 흉터엔
파란 물기 차올라
아픔으로 얼룩진 무늬를 감추려고
온 몸에 파란 비늘 수놓고


짙은 녹색 담벼락에 사이사이
지켜보는 무당벌레 빨간 눈

커다란 동공 속에 비낀

불안의 그림자 끌어안고 휘청이는

백치의 슬픔이여


파랗고 빨간 상처에 갇힌 육신의 신음소리
하얗게 굴뚝으로 빠져나갈 때

붉은 노을과 손 잡은 푸른 손
세상을 삼키려던 팔에 힘을 빼니

숨통이 트인 간격으로

쪽빛 하늘 저만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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