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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Apr 02. 2021

시가 머무는 곳

추억


 
개미 채바퀴
돌 듯
바쁜 일상에도
시나브로 떠오르는 옛일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으려던
눈물 젖은 맹세는
세월 따라 퇴색하고
가슴 밑바닥엔
그리움이
이끼가 되어
파랗게 살아있네
 
병 속에
조용히
잠자고 있던 종이학은
벚꽃 날리는 언덕
청아한 웃음소리로
뒹굴고
 
빗새가
울고 넘던
언덕 위로
지금도 돌아져 가는
슬픈 뒷모습
가슴은 먹먹하고
슬픔은 비가 되어
온 세상을
뒤덮는데
 
책갈피 속에서
떨어지는 빠알간 심장
핏빛처럼 아름다웠던
단풍나무 아래에
빨갛게 물들었던
소녀의 볼 때문에
심장마비에 걸리 뻔했다던
소년은 아직도 풋풋한데
 
가슴 깊은 곳
차곡차곡
쌓여있던 색 바랜
옛일들은
새록새록
살아나
도란도란
지나간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손바닥만 한
가슴에
일어나는
짚체 같은 파도
바람이 잠들자
파도는
평온해지고
둥근달이
하얀 배꽃처럼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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