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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Apr 26. 2021

삶을 다독이며

소소한 행복



소소한 행복


소소한 행복을 찾아 떠난다.  아주 가끔씩이라도 선물을 선사하듯이 스스로에게 행복한 시간을 주려고 오늘은 임실에 있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바람 없이 고요한 공간에는 그 고요를 부수며 흘러가는 자동차들 뿐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연녹색 작은 잎사귀를 아기 손처럼 하늘을 향해 펼치고 원을 그리며 돌아가듯 스쳐가는 나무들이 모습이 예쁘다.  

봄이면 봄꽃도 예쁘지만 반짝이는 연녹색 잎을 펼치고 한들거리며 춤추듯 서있는 어린 나무도 참으로 이쁘다.


꼭 1년 만에 온 분위기 좋은 찻집은 작년보다 한산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로 사장님은 엄청 애쓰고 있는 듯 5 명이상의 손님은 완곡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잠깐 앉아서 기다리는 사이 손님과 주인 간의 짤막한 실랑이로 7명의 여자 손님들이 함께 봄 나드리 왔다가 운치가 좋은 카페에서 수다를 떨어보려던  그녀들의 낭만적인 계획은 사장님의 거부로 무산되고 떠나는 듯했다.

나온 커피 두 잔을 들고 정원에 있는 파라솔이 예쁜 탁자에 마주 앉았다. 시원하게 트인 시야로 들어오는 초록빛을 품은 강, 바람 한 점 없는 이런 고요한 한낮 낮잠을 자는 빛깔 고운 청룡을 닮았다. 키높이 자란 소나무 몇 그루 수채화처럼 강물에 던진 그림자는 깊이 잠든 청룡의 귀속을 후비고 있을까?  강은 하늘에서 뒹굴뒹굴 놀고 있는 구름 몇 송이를 품은 채 조용히 낮잠을 고 4월의 한낮 하얀 나비가 노란 꽃 위에 팔랑거리다 어디론가 날아갔다 다시 날아오면서 낮 시간을 즐기고 있다.

밥 한 끼 값을 맞먹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비싼 커피값의 일부가 이 운치 있는 분위기의 값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시간을 즐기기로 한다.

파라솔 밑의 그림자는 해의 움직임 따라 밀려가 시원하던 등이 햇빛에 노출되었는지 등이 따뜻하다. 한참 그렇게 햇빛을 즐기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히 등을 식혀주는 것도 너무 환상적이다. 문뜩 바람이 시원하니 좋다는 생각에 벌써 4월의 막바지에 기온이 많이 올라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가벼운 바람을 길 수 있는 봄도 곧 지나가게 될 것 같으니 이런 봄날 조용하니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앉은자리가 명당이라고 느껴지는지 여러 명이 기웃기웃 쳐다보고는 거리두기 때문이지 서로가 필요한 조용한 시간을 방해하는 것이 우려가 되어서인지 마지막까지 우리는 둘만의 공간에서 봄날의 자연을 즐겼다.

잠깐 불어오는 바람에 잠을 깨는 듯 청룡이 가볍게 몸을 뒤집는 듯 강은 술렁이고 있었다.

겨울이면 이 카페의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해하면서 겨울이면 다시 들려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평온한 시간을 선물해준 카페에 고마운 마음으로 무언의 작별 인사하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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