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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Jun 02. 2021

시가 머무는 곳

바람 속의 시인

바람 속 시인의 노래


강희선


(기탄잘리 답시/제2회 타고르 문학상 우수상으로 선정/2021년 봄호 통권 문학시선 실렸음을 밝힘)

신은 그대에게 어머니의 품속으로 가는 길을 내 주었습니다. 어머님의 영상에 아름다운 생명으로 잉태되어 자연 그 품속으로 돌아온 그대는 지상의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었습니다.
온갖 사랑의 장식으로 꾸며진 쇠사슬이 그대를 향해 옥죄어 와도 진정한 사랑과 자유만이 정녕 그대를 품을 수 있었던 고고한 품격은 그 어떤 장벽도 굵은 쇠사슬도 묶을 수 없었던 그대, 그대는 진정 자연의 바람과 향연속에 들꽃풀처럼 순수한 자신을 맡기셨습니다
크나 큰 자연속에서 한 송이 아름다운 꽃처럼 숲 속의 자유로운 새처럼, 자유의 속박속에서도 자유롭게 흘러 다니시던 바람 속의 시인 이시어
슬픔과 기쁨, 고통과 행복까지 갈대 피리속에서 아름다운 벵골 노래로 흘러나오게 할 수 있었던 그대, 그 시를 읊으면서 그대의 아픔을 함께 견디고 그대의 앎을 읽으면서 그대를 마주할 수 있었던 신성한 시간을 나눌 수 있어 풍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죽음의 신에게 내줘야 했던 시간에도 흔들림 없이 슬픔을 딛고 일어 서서 평정을 이룬 마음, 내어 주고 또 내어주면서도 벅차는 가슴으로 흘러 다니시는 그대였기에, 그대의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은 진주목걸이로 어머님의 목에 걸릴 수 있었고 슬픔을 딛고 일어서서 걸어가는 걸음마다 떨어지는 눈물은 송이송이 꽃처럼 피어나 꽃목걸이로 사랑하는 님의 목에 걸려 아름답게 반짝이었습니다. 님을 찾아 두드리던 방문 마다 울리던 노크소리에 신은 마음을 열고 그대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 안으셨습니다.
지금도 시인의 갈대 피리 속 벵골 노래는 수만 갈래의 언어, 수천가지의 향기로 지상을 흘러 흘러 드디어 우리의 안으로 흘러 들어와 누구나 알아듣고 따라 할 수 있는 노래로, 코끝의 흥얼거림으로 자연의 계곡속의 시냇물처럼 흘러내려, 사하라사막의 긴긴 여행으로 고된 낙타의 슬픈 등을 쓸어주고, 흐느끼는 휘파람의 불안을 잠재우며 공허한 공간의 감미로움으로 여행자의 갈증에 한줄기 오아시스로 잦아듭니다
이성의 불꽃으로 타오르던 시성님의 목소리는 불의 앞에서 높아지고 왜곡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의지는 온 가슴을 불태우면서도 사랑이 부족하여 볼 수 없는 가장 낮은 그 곳에 가 닿을 수 없어 부끄러운 어진 심성이 그대의 발끝에서 무릎을 꿇은 긴 기도로 기나긴 여행지에 울려 퍼집니다
들꽃보다 순수하고 가을 아침 숲 속의 공기보다 청량하신 그대는, 그대가 오신 그 곳이 그대처럼 순수하고 청량한 곳임을 알고 계셨기에 그 곳을 향해 매일 게으름 없이 걸어가셨습니다. 가는 길 내내 온 몸에 뻗은 실 핏줄에까지 율동하는 운율로 시를 엮으시고 노래로 부르셨던 그대는 걸인이 되어 신께 받쳐질 신성한 그대를 갈고 닦으셨습니다. 끝내는 자신을 깡그리 기꺼이 바치시고 가장 아름다운 노래와 시로 만든 인생 별곡을 이 세속에 남기셔 루루 천년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하셔서 길 잃은 면양들의 길을 잡아 주시는 바람속의 시인 이시어, 오늘도 그대의 아름다운 시들은 가장 깊은 숲 속과 가장 낮은 강물과 긴 사막과 차디찬 빙설, 우리의 가난한 마음에까지 녹아 들어 울려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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