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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Nov 25. 2021

시가 머무는 곳

열반

열반



잠자리 날개를 붉게 물들인


저녁노을의 아우라는


서녘의 하늘 석륙빛 치마폭에


슬픔을 구긴 채 무릎을 꿇고




한 여름 푸르름으로


온 세상을 삼켜버리려고


우왕좌왕 뻗치던 줄기의 열망은


온몸을 빨갛게 불태우다


타다 남은 남루한 옷


훌훌 벗어던지고


나체로 매서운 겨울과 마주 섰다




이곳까지 오르느라


하얗게 불태운 시간들이


별처럼 부서져


혜성처럼 사라지고


마침내 고요해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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