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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Jan 20. 2022

시가 머무는 곳

나무의 꿈

살 얼음 딛고 건너온 계절


바람막이로 뒤집어썼던


넝마 같은 겨울 옷은


어제 날 허울 벗 듯 밀어버리고


바람이 스쳐간 옹이마다에


파아란 새떼 몰고 오리라


뿌리 끝에 잔물결 일렁이는 소리


술렁이며 수근들이 일어서는 저 소리에


감출 수 없는 기쁨을


파랗게 펼쳐 들고


떠나갔던 계절만큼


자라난 그리움을 풀어


가지마다에 즐거운


환희를 걸어놓으리라



여울 치는 푸른 기운


한 가슴 가득 담고


파아란 새싹들이 아기 손을 펼쳐


잠자는 세상을 깨울 때


하늘을 향해 신록의 웃음을 터 치리라



굴러가는 태양의 갈기를 잡아


온몸에 갈무리해 둔


옥 빛 정기 뿜으며


숲을 이루고


숲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일어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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