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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Oct 15. 2021

시가 머무는 곳

육신의 비명소리

육신의 비명소리



비구름이 무릎 속으로 들어와


뭉게뭉게 피어나면


부은 관절이 천둥 먼저 운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말을 걸어오는


삭신의 떨리는 음성




무슨 까닭으로


한발 물러 선 장마선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보이는 곳에


뒤늦은 빗소리


혼란해진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던 철없던 시절


부러진 뼈에 농축된 아픔


달려드는 비바람은


몸속에 감금되었던 비명소리를 소환하고




우울한 시간을 느릿느릿 건너는


가을 전야의 움츠러진 모습


젖은 몸을 어루 쓸어 줄


바람은 어디서 무엇을 준비할까




비가 그치고 떨어질 한기


뼈는 서로를 부여안고


추위를 막느라 설치며


밤을 구겨 몸속으로 집어넣어도


잠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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