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희선 Jan 27. 2022

시가 머무는 곳

신념의 눈



바람이 분다

거센 바람이

쓸려가는 모든 것들이

아우성 소리가 시끄럽다

눈도 뜨지 못한 채 밀려가는

작은 것들

어디로 가는지도

방향도 질서도 잃어버린 채

자꾸 밀려간다

그중에 단단해진 돌들은

뿌리 깊은 나무들은

한결 같이

자기 자리 지키는데

어찌할까 눈도 마음도 없는

너희들을 끌어당겨

구렁 창으로 모는 저 바람을


이제 갓 자라기 시작한

세상 물정에 채 눈 뜨지 못한

저 불쌍한 것들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두뇌는 쇄도를 당해도

맹목적인 열성은

오늘도 날뛴다

그 앳되고 파리한 미래를

두 주먹에 으스러 쥐고

어이하여

훠이훠이 빈 말로 날리는가


떠밀려온 허수아비

빈 껍데기에 바람을 불어넣고

새떼 쫓는 헝겊 깃발 쥐어주면

무대 뒤에 숨어서

귀를 당기고

손과 발을 묶어놓기 좋은

지들 편한 세상 만들려는

늙은 쥐들의 방에

쌓여가는

곡식들은 썩어가고

남의 그릇에 눈이 돌아가  있는

병든 세상



마냥 부푼 풍선처럼 커져버린

공중분해 여린 마음들

무엇을 위해 손을 들고

무엇을 위해 소리 지르는지도 모른 채

흩어질 부름들


달라질 것이 무엇일까

도래할 후풍이 두려워

앵무새처럼 종알대다

카멜레온처럼

안면을 가라치 우는

가증스러운 변색종들

신념은 벌써 버려진 지 오래고

영혼마저 팔아버린 인형에게

손을 내미는 저 불쌍한 것들

미래야 어떻게 되던

욕심에 눈먼 전쟁의 바람아

신념의 눈을 뜨거라

가식 없는 가슴을 열고

어른스럽게 이끌어라

뻔한 길을 뻔뻔스럽게

안내하는 집착들을 버리고

서로를 포용하라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세상을 안겨주려는

신념의 눈을  키워주라

저 어린것들에게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시가 머무는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