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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Jan 26. 2022

시가 머무는 곳

바람의 눈


사각지대에는 바람마저 휘어서 지나갔다 빛이 사라진 그 지대에서 꽃이 쓰러지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드리워진 높은 빌딩의 그림자에 가려지고 어둠만 짙어진다 아수라장처럼 소란스러운 세상의 소리에 가녀린 부름 소리는 사라지고 애처롭게 피었다 지는 꽃을 어둠 속을 가르는 바람은 보았을까? 바람의 기억에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어 처절하게 몸을 흔들며 스스로 피고 지는 동안 달은 여러 번 둥글다 일그러지며 꽃이 피고 지는 사연을 전하려 빛을 사리고, 지워질까 두려웠던 시간도 달빛의 향연을 물고 잠시나마 피울 수 있었던 미소, 눈먼 십 대들의 열정을 휘감아 바람은 그곳을 지나갔었다 기억에서 지우지 말아야 할 파란 생명들이 그렇게 지워지고 비워지고 있는 사각지대로 바람은 오늘도 흐느끼듯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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