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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Jan 30. 2022

시가 머무는 곳

농담 한 송이


한때 나는 늘 웃었다


가슴에는 늘 따뜻한 난류가 흘렀고


언제나 터칠 수 있을 것 같은


명랑함으로 출렁거렸지




어느 날 삭막한 바람이


가슴 깊은 곳에 싱싱하던


농담을 싸그리 쓸어가고


한 톨의 농담도 남기지 않았다




세상은 갑자기 울적해지고


나는 그냥 담벼락 옆에


말라 가는 풀처럼 사그라들기 시작했지




억지로 웃는 웃음은


구석 쪽에 쭈그러진 놋그릇처럼


궁색했고




다시 찾을 수 있는 농담 한송이를


나는 떠난다


지금쯤 누구의 가슴에서 활기를 띠고 있을


그 내음


폐부 깊숙이 마셔보면


다시 내게로 옮아올 것 같은


농담 한 송이를 찾아


긴 여행을 예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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