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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Feb 14. 2022

시가 머무는 곳

담쟁이가 지나간 자리에


그렇게 무성하도록


푸르던 날은 무너지고


손에 손 잡고 쉼 없이 오르던


그 장엄한 모습은


회색빛 담벼락에


한 폭의 수묵화로 남았다




몽창몽창 잘린 수근


차단된 생명의 박동이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화벽 위의 한 폭의 흑백으로


위축된  것이 예술인양




생명에 더할 나위 없는


잔인한 폭행이라고 해도


이렇게 힘을 빼고 쉬는 시간에는


한 폭의 수묵화로아름다운 것이



지나간 자리 그 자취가


기억의 향연으로 피였으니


이제 봄물이 들면 예쁜 손 내밀어


그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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