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성하도록
푸르던 날은 무너지고
손에 손 잡고 쉼 없이 오르던
그 장엄한 모습은
회색빛 담벼락에
한 폭의 수묵화로 남았다
몽창몽창 잘린 수근
차단된 생명의 박동이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화벽 위의 한 폭의 흑백으로
위축된 것이 예술인양
생명에 더할 나위 없는
잔인한 폭행이라고 해도
이렇게 힘을 빼고 쉬는 시간에는
한 폭의 수묵화로도 아름다운 것이
지나간 자리 그 자취가
기억의 향연으로 피였으니
이제 봄물이 들면 예쁜 손 내밀어
그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