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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Mar 15. 2022

시가 머무는 곳

봄비


봄은 겨울 끝자락을 잡고

아침부터 눈물을 흘리네요

매서운 눈꼬리에 담긴 울분

이제 털어내려고

간밤에 스쳐 바람의 입김

그 훈훈한 입김의 맛에

금세 풀린 토라진 마음

사처로 휘날려 내려앉으면

마른 뿌리에도 바람이 들어

눈을 뜨고 입을 열고

얼어붙어서 조용하던 세상이

깨어나 다시 소생하는 시간

흘린 눈물이

너무 헛헛하지 않게

너무 허무하지 않게

작아도 차분하게

가늘어도 조금은 더 길게

세상천지를 뒤덮고

다시 태어나는 어린것들

저 여리디 여린 것들이

뿌리를 찾아 흔들리지 않게

꽉 잡고 놓치지 않게

메마른 줄기로 흘러 흘러

파란 생명으로 태어나

찬란한 웃음으로 깨어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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