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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Mar 20. 2022

시가 머무는 곳

진눈깨비

바람의 종용으로 이리저리

슬픔을 한 몸에 먹먹히 베어 문

산 머리 위를 서성거리던 먹구름

헝클어진 머릿결 어루만지며

산허리를 감돌며 몸을 푼다


찬 기운이 서린 서러움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흐릿하고 비릿한 아픔을

사방에 쏟아부어

산의 빈 구석구석 난도질하다

뼈가 빠져 헐거운 것이


마침내

가장 낮은 산의 발목에

몸을 낮춰 입 맞추니

잠자던 용이 꿈틀거리며

그 쓸쓸한 이름을 껴안아

푸르름으로 소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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