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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Mar 25. 2022

노란 집

 

8)


 그 뒤로 홍연이는 시내로 가는 횟수가 더 늘어나면서 윤희와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꼭 민준이한테 홀린 애 마냥 점점 더 민준이한테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런 변화에 윤희는 민감 해졌고 마음속에 물리칠 수 없는 불안함과 외로움이 찾아왔다.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접어들면서 자꾸 선자리가 들어왔다. 꼭 시집을 가야만 하는가? 민희랑 주고받았던 농사일을 돕다가 시집이나 간다고 했던 농담이 현실로 될 것 같아서 기분이 잡쳤다. 그 사슴처럼 슬픈 친구가 지금쯤 나타나서 손을 잡아줬으면 얼마나 낭만적 일가? 말 한마디도 해보지 못하고 놓아버린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한 사랑스러운 소년이 그리운 시간들이 늘어났다.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고 조용한 음악을 듣다 보면 아련한 슬픔에 젖어버리는 시간에 매혹되어 감성적인 소녀로 변해갔다. 그러면서 홍연이를 민준이에게 빼앗긴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기분까지 들어 민준이까지 원망스럽다. 불안하고 거북한 일은 그들의 만남 장소가 마을에서 시내 사이에 중간쯤 있는 그 신비의 노란 집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왜 그 무서운 곳에서 그들은 만나야 했을 가? 그 무서운 장소가 그들의 신성한 사랑을 나눌 장소로 정해진 것은 민준의 결정이었단다. 그날 그 일이 있은 뒤 담대해진 둘은 낮시간을 빌어 기어코 그 노란 집의 정체를 파헤치고 싶었다고 했다. 궁금증이 많은 홍연이와 담력이 있는 남자인 민준이의 생각이 같은 방향으로 가게 했던 것이다. 그곳에 거처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출입문은 아예 잠그지도 않고 다니는 거의 빈집과 다름없는 남을 눈을 피하기 좋은 곳임을 알아냈던 것이다. 주기적인 만남을 그곳에서 정하고 사람들이 나들지 않는 거의 해가 질 무렵이면 그들은 자기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새들 마냥 노란 집에 찾아들 군 했다. 누구도 모르게 만나서 밀회를 해야 했던 이들에게는 그 위험천만한 곳이 어쩌면 유일하게 둘만 공유할 수 있는 사유지로 착각했을 것이다.

그 날밤에 들려왔던 기분 나쁜 소리도 우리가 목격했던 숲 속의 검은 물체도 다 잊은 채 그 들만의 만남을 즐기고 있었다. 날이 가면서 홍연이는 이런 만남도 싫었다. 이제는 결혼을 하여 아주 매일 민준이 얼굴과 몸을 만지고 싶은 충동으로 신혈을 앓고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께 올 겨울에는 결혼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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